
[양산일보=박정애 기자] 故 박종철 열사가 이루지 못한 민주주의 사회 구현을 위해 열사의 삶을 대신해온 '민주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가 31일 아들 곁으로 떠났다.
박종철 열사는 1987년 1월 경찰청 전신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가 선배의 행방을 대라며 물고문을 당하다가 사망했으며,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의 고문에 이어진 은폐조작 규탄대회 등을 통해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지난 28일부터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범일동 시민장례식장에는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씨를 비롯해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회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시민과 전국에서 조문온 참배객 등 수천여명이 고인의 삶을 회고하며 슬픔을 나눴다.
31일 오전 5시부터 열린 영결식에서는 박 열사의 친구 김치하 씨의 추모 발언 등 수백여명의 시민들이 마지막 길을 애도하며 아들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가지시라고 기원했다.
고인이 아들을 대신해 민주열사로 살아온 여정을 담은 듯 영결식 마지막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들이 목놓아 불렀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차는 고인을 모시고 금정구 영락공원으로 향했다. 유족과 시민, 장례위원들은 고개 숙이고 고인을 떠나보냈다.
고인의 시신은 오전 7시 부산 영락공원에서 화장된 후 서울로 향했다. 고인의 유골함과 영정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랑방인 서울 동대문구 '한울삶'에 잠시 머문 뒤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노제가 끝나고 아들 박 열사가 고문으로 숨진 남영동 대공분실을 방문, 아들이 고문으로 생을 마감한 흔적을 어루만졌다.
고인은 이날 오후 5시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모셔졌으며, 참석자들은 "아들 박 열사와 함께 나란히 누워 못다 나눈 대화를 나누시라"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