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젊은이의 양산
[기자수첩] 젊은이의 양산
  • 박정애 기자
  • 승인 2018.08.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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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애 기자
박정애 기자
[양산일보=박정애 기자]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갈 곳을 미리 정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무더위에 지쳐 방콕을 결심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폭염에 외출을 삼가는 것도 좋은 계획이라 생각하지만 작렬하는 태양에 마냥 지고 살 수는 없다. 매일 꽉 채우고 있던 주차장도 텅 비어버린 때다. 분주히 움직이는 도로 위의 차량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과연 어디일까.

나는 양산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집 앞에는 벼농사가 한창인 논이 있고, 뒤에는 푸르게 익어가는 채소밭이 있다. 마을버스는 30 분에 한 대씩 운영하고, 대부분의 탑승객은 고령의 노인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마저도 전부 도시로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큰 명절에는 청년회일동이 마을을 찾아온 귀성객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마을 입구에 걸린다. 눈에 익지 않은 차량들이 한껏 줄을 지어 도로 한편에 주차돼 있고는 했다.

양산은 이렇게 아직도 '시골'이라는 느낌을 많이 주는 곳이다. 도시에 비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도 현저히 적다. '서울에 사는 것도 특권이다.'라는데 이제야 영화관이 생긴 웅상을 떠올리면 마땅히 여겨진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운전대를 잡고 20 분이 넘는 거리를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단출한 차림으로 집 앞의 영화관을 찾아가는 편리함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물론 양산을 대표하는 명소도 있다. 통도사, 통도환타지아, 에덴벨리 등등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근처의 도시에 비해 작은 규모로 휴가를 맞이해 근사한 일주일을 보내고 싶은 관광객들을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휴가철마다 매출이 떨어지는 동네 상권을 봐도 그렇다. 양산에서 나가는 이들과 들어오는 이들의 수치는 거의 반비례하다고 본다. 한창 조용한 휴가철이 지나 일상으로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그렇다. 가깝게는 부산, 포항, 거제, 멀리는 제주나 해외로도 나간다. '양산의 어느 곳'을 찾아 휴가를 보냈다는 말은 드물게 들린다.

이렇듯 양산은 문화와 휴양을 위한 장소가 적다. 그게 아니라면 마케팅의 잘못이다. 거주민의 눈과 귀에도 낯선 곳이 관광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양산시가 문화 및 관광에 들인 예산은 전체 비율에 5% 정도로 비교적 높은 수치다. 오래도록 이곳에 머물며 생활한 거주민으로써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양산의 문화 발전'이라 생각해 본다.

문화 발전이라는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실상은 별것 없다. 가까운 곳에서 영화 한 편, 밤 늦은 시간에도 불이 꺼지지 않고 거리의 예술인들이 거니는 거리, SNS에서 유행하는 메뉴가 있는 카페들도 젊은이들을 유혹하기 쉬울 것이다. 조용한 곳이니만큼 '힐링'을 주제로 한 발전이라면 더욱 좋겠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현실의 스트레스를 벗고 새소리 자유로운 나무 그늘 아래에서 여유로운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어떨까. 기가 막히는 포토존이 있다면 #힐링여행에 #양산이라는 태그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래야 도시가 건강하다. 건강한 도시를 위한 양산시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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