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가 아리안타에게 말했다
재즈연주가 끝나는 순간을 기다려줄 수 있냐고
아리안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발을 모우고 발끝을 바라보며
진토닉을 만지작거렸다
아리안타는 졸고 있었다
아리안타는 계속 졸고 있었다
아리안타는 줄곧 졸고 있었다
진토닉은 줄어들고
진토닉은 늘어나고
재즈는 통바지처럼 길어지고
핫팬츠처럼 짧아지고
새우크림파스타처럼 데워지고
단호박크림스프처럼 끓여지고
북한산 마처럼 구워지고 있었다
“아리안타”
“조제”
서로를 간절히 불렀다.
- 송진의 ‘조제와 아리안타' 시집 ⌜미장센⌟에 수록 -
*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강이 있다는 말이 있다.
대개
강 이쪽과 저쪽에서 서로 모르는 채로 무심하게 강물처럼 흘러간다.
간혹
깊이를 모르는 채로 건너려는 이 가 있다. 익사의 위험을 안고서.
‘조제’라는 일본인 여자가 있다고 하자(일본인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국내에서 인기 있었던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에서 히로인의 이름이 조제다).
또 ‘아리안타’라는 인도네시아 남자가 있다고 하자. 꼭 남과 여가 아니라, 남과 남, 여와 여라도 괜찮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순간들의 안타까운 마음 졸임과, 상대방에 전달되지 않는 혼자만의 조바심이, 시간의 변곡선을 그린다.
길어졌다, 짧아졌다, 데워졌다, 끓여졌다, 번민의 시간이 익어가고 깊어진다.
서로를 알아보고 간절히 부를 때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강을 건널 수 있을지 모른다.
국적도, 生의 이력도, 나이도, 성별도 그 간절한 외침 앞에서 허물어진다.
“조제!” “아리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