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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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진숙 기자
  • 승인 2018.01.0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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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출구 찾기와 열어주기

지난해 연말부터 터져나오는 현상들이 심상치 않다.

2018년 새해에는, 새해니까 희망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데 선뜻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들기에는 주위에 포진해 있는 기운들이 무겁고 답답하다. 마치 쉴새없이 돌아가는 압력밥솥의 꼭지추처럼 급박하게 몰려 코너로 내쫓기는 상황. 증기압이 꽉 차서 빼주지 않으면 언제라도 폭발해서 터져버릴 것 같은 부정적 기운의 날선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다.

최근에 매스컴에서 연일 벌어지는 사건들은 우려를 낳게 한다.

개인적으로 어느 성공한 아이돌가수의 오래된 우울증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자기를 소멸시키는 쪽으로 결말짓거나, 크레인의 어처구니없는 반복적인 사고나, 기본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제천의 화재나, 친부모로부터도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살해당하거나, 부부 사이의 연약한 볼모가 되어 동반자살의 희생자가 되거나, 비닐봉투 20원의 실랑이 때문에 격분해서 편의점 알바를 죽이거나 하는 일련의 현상들을 보면 쉽게 낙관할 수가 없다. 사건의 뿌리를 캐다보면, 자기 안에 쌓인 적의나 분노의 칼끝이 자기를 향하지 않으면, 아무 죄 없는 약한 대상에게 무분별하게 독성이 살포된다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이것을 개인의 자질 문제로만 한정지어서는 본질을 한참 비켜가는 것이다. 무분별한 무한경쟁과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거나, 노력을 해도 격차가 좁아지지 않는 계급구조나 물적토대로만 규정되는 가치평가 등 현 사회를 지배하는 시스템이 거대한 포식자 피라미드 제일 꼭대기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가치관이 상식과 규범으로 자리잡으며 구성원의 머릿속을 잠식한다.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고 집단의 의지가 오랫동안 축적되어야만 변화 가능하다. 체제시스템 여기저기서 구멍이 나 균열을 보이기까지, 그 안의 구성원은 장기간 억압돼 불평등과 소외를 겪으며 정신병리학적 징후를 나타낸다. 비틀린 열등감과 삐뚤어진 가치관과 왜 나만? 억울해, 억울하다고, 속으로 외치며 우울증으로 무기력해지거나, 불특정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이 분노의 물꼬를 어떻게 열어줘야 할까.

증기솥같이 끓어오르는 불안과 불만의 증기압을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로 빼줘야 한다. 휴화산으로 잠복해 있는 분열의 잠재적 인자들이 활화산으로 터지지 않게 관심과 배려로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 출구를 찾지 못하면, 출구로 안내할 수 있는 초록색 비상등을 곳곳에 켜둬야 한다. 그래야만 희망이라는 꿈을 꾸며 보다 건강한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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