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수의 외침
[기자수첩] 소수의 외침
  • 박정애 기자
  • 승인 2018.09.16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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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읽고
우리는 존엄하고, 아름다우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가야˙양산일보= 박정애기자
가야˙양산일보= 박정애기자

 절대다수에 속하지 못 하는 소수의 외침,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소개한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장애를 가진 변호사 김원영이다. 장애나 질병, 못생긴 외모, 성적 지향을 이유로 세상의 법정에서 실격 선고를 당한 이들을 위한 말 그대로의 '변론'이다. 작가는 최대한 많은 객관적 증거와 본보기를 들며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애썼다.

 노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품격과 존엄을 얘기하며 다양한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작가 본인의 다수의 경험과 공상을 실었기 때문에 '장애'의 이야기에 무게가 많이 실렸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잘못된 삶(wrongful life) 소송' 또한 장애의 이야기로 독자들의 생각을 깊은 곳까지 이끈다.

 '잘못된 삶 소송'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차라리 태어나지 않은 편이 나았다는 생각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의 한 유형이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손해일 수 있을까? 의사의 빠르고 적절한 진단이 있었다면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텐데, 태어난 것이 태어나지 않은 것보다 손해인가? 우리는 쉽게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작가는 '당신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 개인의 서사를 이해하지 못 하고 개인의 존엄과 존재를 묵살하는 '사랑과 정의'에 반反하면서 수평적인 시선과 관계를 이야기한다. '잘못된 삶' 혹은 '사회로부터 실격당한 자'들을 기호화하며 노멀(normal)한 존재의 시선으로 규격화하는 것들에 반론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품격을 위한 퍼포먼스에 이용되는 '도구'로 남겨지기를 거부했다. 예로, 봉사활동을 나선 정치인들의 장애인 돌보기는 좋은 '정치적 퍼포먼스'이다. 주체자는 정치인들이 되고 연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쓰럽고, 불쌍하고,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들의 뒷모습이 '좋은 도구'로 쓰인다. 얼굴이 없는 존재, 익명화된 존재, 기호화된 존재. 이들은 상대방의 반응에 반응하지 못한다. 말 그대로의 도구로써의 역할을 할뿐이다.

 절대다수가 소수를 100% 이해하고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켜켜이 쌓은 경험을 납으로 누르고 다져온 관념이나 이상을 책 한 권으로 바꾸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과 개별의 고유함을 다수라는 이유로 무시할 수는 없다. 사회로부터, 또는 다수로부터 '실격당한 자'들이라는 낙인이 결단코 '피해자'라는 유약한 존재로써의 낙인이 아니다.

 따라서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존엄하고, 아름다우며,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
작가의 변론이 끝난 뒤, 우리는 존중의 상호작용과 인간의 존엄성이 모든 이념의 중심이 되는 세상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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