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거 단지나 대형마트 등에 설치된 경차 전용 주차구역이 사실상 유명무실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차 전용 주차 공간에 중대형 승용차들이 주차하면서 운전자들 간 실랑이가 벌어져 주민 간 마찰도 잦아지고 있다. 특히 경차와 중대형차가 경차 전용주차구역에 나란히 주차돼 있는 경우가 많아 문을 열고 닫는 과정에서 옆 차에 흠집을 내는 ‘문콕’ 등의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한 대형마트 내 주차장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도 버젓이 일반 승용차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심지어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중대형차가 경차 주차면을 2칸씩 차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얌체주차는 경차전용 주차구역에 일반 승용차를 주차해도 지도나 단속할 기준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차 운전자 박모(31)씨는 “경차 주차공간이라고 바닥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어도 중대형차들이 주차하는 경우가 많다. 법적으로 잘못을 물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차가 주차하는 데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게 배려가 싶다”며 쓴소리를 했다.
반면 일반 승용차 운전자들은 경차 전용 주차구역이라도 비어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운전자 이모(46)씨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 주차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퇴근 후 주차하기 위해 주차장을 몇 바퀴씩 돈 적도 있다”며 “주차면을 2칸 이상씩 차지해 주차를 하는 것은 물론 민폐지만 같은 관리비를 내는 데 경차전용 주차구역을 피해 굳이 번거롭게 내 집과 먼 곳에 주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차 운전자들은 중대형 승용차 때문에 주차시설 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는 반면 중대형 운전자들은 주차 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차 전용 주차구역은 지난 2004년부터 경차의 보급 활성화와 에너지 절약 등을 위해 마련됐다. 현 주차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경차를 위한 전용 주차구획과 친환경차 전용 주차구획을 합한 주차구획이 노외주차장 총 주차 대수의 10%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차위반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장애인 전용 주차장과 달리 경차 전용 주차장은 이를 위반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 때문에 운전자의 경차 전용 주차장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이 크지 않아 규정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실정이다.
따라서 경차전용 주차장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관련 조례를 개정하거나 얌체운전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