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로 시대적 과제 해결' 국민적 요구 높아
노사민정위 개편 합의, 지난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공포
민주노총, 오는 10월 대의원대회 사회적 대화 참여 논의 예정

[가야·양산일보=대담 양삼운 발행인·정리 한인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4개월이 지나면서 한반도 평화협력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문제와 함께 노사갈등도 부각되고 있다. 사회양극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폭등을 계기로 노사민정 대화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야일보 창간기념 및 양산일보 창간 1주년 특별인터뷰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갈 사명을 부여받고 지난 6월 새롭게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문성현 위원장을 만나 현안에 대한 해법을 들어본다. 문 위원장은 서울대 재학중 노동운동에 참여해 창원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투쟁해왔으며, 민주노동당 대표를 역임하고 창원의창구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기도 했으며,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에 참여한 바 있다. 편집자 주
- 위원장으로 취임하신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현대, 기아, 대우, 쌍용 자동차 등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이 있었고, 그 투쟁의 현장에 있었다. 금속연맹 총파업을 조직하면서 극단의 투쟁을 전개했지만 이게 정답일까? 생각했다. 이럴 때 일수록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위기 극복을 함께 모색해야 되는 거 아닌가 고민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도 아마 그런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모르는 국민들이 아직도 많다.
위원회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회적 대화기구이다. 구성은 주로 노동과 기업을 대표하는 분들과 정부 그리고 공익위원이 참여한다. 기존엔 양대 노총과 경총, 대한상의로 작게 구성했지만, 지금은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기업, 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를 추가해 대표성을 높였다. 대화의 주제는 주로 일자리와 노동문제를 다루지만, 복지나 그밖에 경제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다.
- 이번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하게 된 계기와 과정은?
과거 노사정위원회는 '97년 IMF 외환위기 극복 등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기구의 위상을 갖췄는지에 대한 평가는 회의적이다. 특히 정부가 '갈 길'을 정해놓고 노사를 억지로 잡아끄는 구조였다. 더구나 몇몇 합의는 이행과정에서 왜곡되거나, 정치적 이벤트로 변질됐다. 이러다 보니, 신뢰가 떨어졌고 결국 양대 노총이 탈퇴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는 그대로였다. 2016년 타올랐던 촛불은 단지 전임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만이 아니었다. 격차 확대와 사회 불평등 같은 시대적 과제를 '새로운 사회적 대화'로 풀어 달라는 외침이었다. 이후 노사정대표자들이 모였고, 그리고 마침내 뜻을 모았다. 첫 만남을 가진지 80여일 만에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에 합의한 것이다. 그리고 국회를 거쳐 6월1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이 공포됐다.
- 민주노총이 그동안 사회적 대화에 미온적이었는데.
민주노총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그동안 많은 오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치지 않고 노력해 온 한국노총의 역할과 노고에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민주노총이 10월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대화 참여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상당한 진정성을 갖고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문전투'가 '문대화'로 바뀌듯 민주노총도 투쟁 못지않게 대화의 필요성과 절실함을 확인하고 있다.
2018년 들어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임금교섭이 소리 소문 없이 마무리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파업 없이 여름휴가 전에 마무리 했다. 대부분 타결 수준이 소비자물가 수준이다. 우려했던 금호타이어, GM, STX, 성동조선 등 구조조정 사업장도 무난히 타협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노사가 임금과 고용에서는 나름 타협 지점을 찾은 것 아닐까? 그래서 민주노총도 개별기업의 임금과 고용을 뛰어 넘는 사회적 역할을 찾을 수밖에 없다. 총파업! 총파업!!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 민주노총도 그 점을 잘 알 것으로 본다.
- 연초부터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논란이 많다.
금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성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산입범위를 크게 넓히니까 노동계가 반대하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들이 10.9%(작년 16.4%) 올리니까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갔다. 인상률과 산입범위 확대를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노사가 타협을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상여금을 산입하고 인상률은 적정한 선에서 합의가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나라 경제에 '노사 합의'라는 필수 영양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부터라도 '최저임금 1만원, 연봉으로 환산하면 2천5백만 원 정도를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사회', 맞벌이를 하면 연 5천만 원 소득이 되는 사회를 우선 만들면 그 다음부터는 최저임금도 물가 인상분만큼 올려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조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 '노조할 권리'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하고, 쟁의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헌법 33조에 나와 있는 노동3권의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공무원과 교사, 경찰과 군인, 교도관 등은 노동3권을 다 누리지 못한다. 또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도 그렇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그동안 정치적 편견 속에 진영간 그리고 이념간 논란이 돼왔다. 하지만 노동3권을 이념의 잣대로 바라보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이다. 전 정부에서 전교조를 현행법 위반으로 인해 '노조아님'을 통보했다. 현 정부는 법을 고쳐서 근본적인 해결을 하고자 한다.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헌법에 보장돼 있는 권리라는 측면에서 잘 풀릴 것으로 믿는다.
- 조선산업, 자동차 등 구조조정으로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경남만 하더라도 지역경제가 위태롭다.
우선 경남의 조선산업이 위기에 직면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고 그 가족들과 지역경제가 고통을 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 가슴이 매우 아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조선산업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조선 산업을 거세게 휩쓸었고, 중국 등 후발국 등의 추격이 턱밑까지 차올라 대형 조선소뿐만 아니라 중소형 조선소와 협력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 이후 조선업계는 수년 동안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규모 인력감축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그 방법은 조선 기업들의 명맥을 이어가게는 했지만 경영정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숙련이 필수적인 조선업에서 인위적이고 무분별한 감원은 오히려 독이 된다.
다행히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STX에 이어 성동조선해양이 노사간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인력감축의 칼날이 아닌 노동시간단축과 무급휴직, 임금조정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방식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조선산업은 경남 경제에서 포기할 수 없는 기간산업이다. 이만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도 노사의 상생협약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
- 하반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계획은?
민주노총이 참여를 결정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본격 출범하기 전이지만, 이미 노사정 대표들이 합의한 대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격차 해소 등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4개 의제별 위원회(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 사회안전망개선위, 산업안전보건위, 디지털전환과노동의미래위)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에서는 지난 8월10일 '취약계층 소득보장 및 사회서비스 강화를 위한 노사공 합의문'을 이끌어 내, 대통령도 치하한 바 있다. 또한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로드맵을 조속한 시일 내 결론을 낼 생각이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됐던 국민연금 개혁방안에 관한 노동조합의 논의 요구가 있다. 노사정이 합의하면 이 의제도 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민주노총이 참여하면 아마 사회적 대화가 한 층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노동은 무엇을 해야 하나
노동이 이제는 사용자나 정부 정책의 객체가 돼서는 안된다. 노동이 주어가 되어야 한다. 예컨대 격차해소를 정부나 사용자에게만 책임져라 해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격차를 만든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기업별 교섭체계가 굳어져 대화가 개별 사업장의 담장을 넘기가 어렵다면 격차해소는 요원하다. 반드시 양대 노총과 조직노동자들이 대화의 폭을 넓히고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이 그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줄 때, 사회는 바뀐다.
- 경남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한민국 사회가 현 시점에서 절실하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화와 타협'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압축적인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진행하다 보니, 정치·경제·사회 곳곳이 대립과 갈등으로 얽혀 있다. 노사간, 노노간(정규직과 비정규직), 기업 규모간(대기업과 중소기업) 갈등이 심각하다. 정치적으로도 여-야 간 갈등이 정상적이지 않다. 국민들은 이제 대립과 갈등 보다 대화와 타협을 갈망하고 있다. 이런 갈등을 해결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곳이 바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다.
앞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우리사회를 대립과 갈등 관계에서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바꿔보고자 한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