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만도 못한 우리의 재벌
애만도 못한 우리의 재벌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8.09.18 11: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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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호 논설위원
이충호 논설위원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나이 55세 되는 내년 은퇴해 여생을 교육 분야의 자선활동에 투신한다고 한다. 역시 인생의 진정한 멋을 아는 부자아빠다. 부자할배 워런 버핏, 부자아제 빌 게이츠는 세상이 다 아는 기부 천사들이다. 이들이 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살맛나는 세상을 느낀다.

초등학교 5, 6학년 어린 시절 동네 딱지면 딱지 그리고 다마(구슬)란 다마를 싹쓸이 하다시피 몽땅 따가지고 와이셔츠 상자에 보관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상자마다 가득 채우고 난 여분을 밑천 삼아 동생들과 나눠서 우리는 또 따러 몰려갔다. 어쩌다 잃으면 지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라 이길 때까지 붙들고 늘어져 기어코 다 딸 때까지 상대는 집에도 못 갔다. 그렇게 하기를 수없이 동네 구슬이란 구슬은 깡그리 우리 집에 모여야 게임이 끝났다. 그리곤 부지런히 선별작업을 해 흠이 없고 깨끗한 구슬은 구멍가게에 되팔아 현금을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나는 지금의 재벌이었다. 늘 몰방을 해서 싹 쓸었으니 더는 노는 애들이 없었다. 그래 생각해낸 것이 다시 돌려줘야 할 것 같아 와이셔츠 상자를 몽땅 끄집어내어 동네 아이들에게 뿌렸다. 그리곤 다시 땄다. 판이 멈추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경제는 순환이다. 그간 악순환의 적폐에서 벗어나 선순환으로 돌아서야 할 때다. 도무지 피가 돌아야 살이 돋아나지 돈은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돌리는 것이다.이제 재벌이 나서야 할 때다.

말 많은 소득주도성장은 선순환의 방편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고 왈가불가 하고 있다. 저마다 처한 위치에 따라 고통을 호소하는 것도 나무랄 수 없지만 대부분의 저임금 근로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그동안 재벌이 자유시장원리라는 미명하에 권력과 결탁하여 시장을 제어해 온 것을 새 정부가 들어서 밀린 임금을 되찾아 준 것이다.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저임금 노동자를 기준으로 헤쳐모여 했으니 그 기준에 맞게 재벌들도 대오각성 해야 한다. 그동안 와이셔츠 상자만 높이 쌓을 욕심으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적절한 분배를 미뤄 왔다. 늦었지만 늦더라도 바로 잡을 건 바로 잡아야 한다. 곱씹을 만한 것은 서양의 기부문화도 따지고 보면 제 살길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제자리를 잡았다고나 할까. 이제 우리의 재벌들도 솔선수범하여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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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호 2018-10-23 08: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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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성장주도→ 소득주도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