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양산교육의 열쇠, 고교평준화에 있다
[특별기고]양산교육의 열쇠, 고교평준화에 있다
  • 신정윤 기자
  • 승인 2018.09.2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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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화(양산학부모행동 대표)
허문화(양산학부모행동 대표)

 8월 22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서양산과 동양산(웅상)에서 진행한 ‘고교평준화 타당도 조사 결과 설명회 및 공청회’에서 67.5%가 평준화로 바꾸자는 의견을 냈다. 이것은 오랜 시간 양산 교육을 고민한 흔적이 만들어낸 숫자라 여겨진다. 이 타당도 조사에서 양산 전역의 초·증·고 교원 전체와 중학교 1·2학년 학생·학부모 전체, 고등학교 1학년 학생·학부모 과반수와 초등학교 5·6학년 학부모 과반수가 참여하였다. 전체 20,440명 중 16,806명(회수율 82.2%)이 질문에 응답하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고교평준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마치 평준화가 되면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는 것처럼 호도를 하거나 평준화가 양산교육을 망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평준화는 1974년에 도입된 이후 계속 유지하거나 증가 추세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었지만, 유일하게 45년을 그대로 유지해 온 것이 고교평준화다. 이것은 그만큼 평준화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고, 학생ㆍ학부모ㆍ교사 등 많은 교육 주체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이 오직 대학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성적으로 갈 수 있는 학교와 갈 수 없는 학교로 구분 지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순간부터 열패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교육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비평준화인 양산은 상위 몇 %의 아이들에게는 열린 선택권을 주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성적이 안 되면 고등학교를 집 앞에 두고도 다른 곳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이다. 평준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전략적 선택으로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약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전략적 선택의 중심에는 성적이 늘 전제한다. 그리고 전략적 선택을 위해 공부를 한 아이가 평준화가 된다고 하여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층위의 아이들이 골고루 있기 때문에 협업을 통해 성적의 동반상승을 일구어 낼 수 있다.

평준화를 논하면서 입시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으나 양산 관내 아이들의 외부 이탈률이 적고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의 진학률이 높은 것은 여러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2003년부터 시행된 교육경비보조금과 2006년 설립된 인재육성장학재단의 장학금 지원, 그리고 2012년부터 확대 시행된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전형 확대를 볼 수 있다. 수시모집에서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과 학생부 교과전형에서 아주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었고 우수 대학의 진학률 상승효과를 올렸던 것이다. 또한, 농어촌특별전형과 지역균형선발로 좋은 입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이것은 시대의 흐름이지 양산이 비평준화 지역이라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평준화 반대 측에서 이런 끼워 맞추기식 논리를 펴는 것은 근거가 궁색하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대입에서 수시모집 전형이 73.3%, 2019년에는 76.2%로 확대됐다. 앞으로 아무리 대입제도가 개편된다고 하더라도 수시와 정시 모집 비율은 7:3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비평준화로 고득점자들이 몰려있는 특정 학교가 대입에 유리할지, 평준화로 다양한 층위 아이들이 골고루 있는 곳이 유리할지는 누가 봐도 답은 나와 있다.

  특히, 고교평준화가 하향평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평준화를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의 심리적 우려이지 전혀 근거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평준화 체제에서는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한 성적 분포로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는 만큼 많은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고등학교 학업에 임할 것이다. 그래서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고교평준화가 되면 상위권도 상향되지만, 중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상향된다고 한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 할 것 없이 중간 층위가 많은 집단이 안정적인 발전을 한다는 것은 충분히 검증된 사실이다.

  평준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평준화가 되면 하북면에 있는 학교까지 통학하는데 2~3시간이 소요된다는 억측을 내놓았다. 이미 하북면에 있는 학교는 5년째 통학버스를 운영하며 많은 학생이 등ㆍ하교하고 있다. 통학버스를 고속도로로 올리면 35분에서 40분 정도 소요된다. 신도시에서 하북면까지 2~3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누가 믿을 것인가? 양산 신도시에서 2시간이면 대구까지도 가고 남을 시간이다.

  그리고 이미 타당도 조사에서 통학 거리로 인해 비선호 학교로 인식하게 된 학교에 ‘만약 교육 여건이 개선된다면 비선호학교지만 지인에게 권유할 것인가’에 대해 68.1%의 긍정적인 답이 권유하지 않겠다(27.3%)보다 두 배나 높게 나왔다. 이것은 이미 많은 교육가족들이 통학거리는 충분히 조건만 개선되면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평준화 반대측은 김해의 사례 또한 왜곡되게 보도하고 있다. 김해는 일부 동 지역만 평준화이고 진영, 율하, 장유와 읍면 단위 지역은 전부 비평준화 지역이다. 김해의 많은 학생들이 외부로 유출된 것은 비평준화 지역이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김해가 일부만 평준화되니 기형적으로 비평준화 지역이 서열화가 심하게 형성되어 인근의 창원이나 부산으로 평준화를 찾아 일반계 고등학교로 대거 진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고등학교 배정 방식은 반대측이 주장하는 막연한 ‘뺑뺑이’가 아니다. 선지원 후추첨에 등급별 배정을 하기 때문에 성적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이 희망하는 학교에 대한 선택 기회를 여러 번 가질 수 있고, 고질적 병폐인 학교 간 서열화까지 없앨 수 있다.

  교육은 시험도 실험도 아니다. 지난 시절 우리 양산교육은 비평준화 경쟁 속에서 성적 만능 교육의 실험장이었고, 아이들은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 실험장으로 내몰렸다. 대입만이 고등학교의 존재 이유가 아니라고 본다. 교육이 교육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이고 우리 어른이 책임져야 할 숙제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꿈꾸게 하라’는 말이 있다. 배가 목적이었지만 바다를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이 있다면, 배도 만들겠지만 물고기를 잡든, 서핑을 하든, 바다를 그리는 사람이 되든 수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교평준화는 무한한 가능성의 아이들에게 평등교육의 문을 열어주어 인간답게 숨 쉬고 꿈꿀 수 있는 희망의 열쇠가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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