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기자수첩]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 천소영 기자
  • 승인 2018.01.15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움 받을 용기’란 일본 작가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쓴 책으로 아들러의 심리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5년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해 뉴스에 소개되고 인터넷 기사가 실리는 등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아들러의 사상을 청년과 한 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책 속의 철학자는 청년에게 타인의 눈치를 보지 말고 본인 소신대로 살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받는 모든 스트레스의 근원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며, 그 중 어떻게 해도 해결되지 않을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고통 받는다고 말한다.

미움을 받기위해서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은 조금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이것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마음가짐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아주 쉽지만 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우리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권리가 있지만 때론 타인의 평판이나 강요에 기대어 무언가를 선택한다. 미움 받거나 눈에 띄고 싶지 않아 다수의 의견에 묻어가기도 한다. 거절해야만 하는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서양과 달리 ‘관계지향적’인 특성이 강한 한국인들은 특히 거절을 어려워한다. 한국의 전통적 문화의 특성은 대체로 사람들 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행복보다는 집단의 행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사회구조적 원인이 한 몫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가 어떤 부탁이나 명령을 거절하기 어려운 갑을관계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금수저와 흙수저 등으로 나눠지는 세상에서 수저의 색에 따라 출발선과 달릴 수 있는 목적지마저 다르다고 믿게 됐다. 또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더 잘하기’보다는 ‘덜 욕먹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됐다. 그러다보니 진실은 사라지고 상황을 맞추기에 급급해졌다. 타인에게 휩쓸려 대학에 가고, 직장을 결정하고, 배우자를 선택하기도 한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소신껏 정직하게 일하기보다는 윗사람 눈치를 보며 피하기 바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는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한 직업 중 하나다. 내가 쓴 글 몇 줄에 감사를 표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비판의 폭탄이 떨어지기도 한다. 많은 독자들은 기자를 향해 질문하는 존재다. 그들은 때로 비판과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게다가 민감한 이슈를 잘못 다루면 ‘의도적’, ‘편파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비판은 때론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하며 비판의 소리를 잘 다룰 줄 알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미움 받는 것이 두려워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면 절대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다. 상대방의 의견에만 맞추다보면 정작 중요한 ‘사실’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에 어색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 관계와 집단만을 과도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기대치에 부합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정작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미움 받을 용기란 비록 우리 눈앞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타인의 잣대에 맞춰 살아가지 않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