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숲
꽁꽁 언 겨울, 다른 북쪽 지방에서는 체감 온도 마이너스 몇 도로 얘기하고
강이 몇 미터 수심으로 얼고, 폭설이 쌓여 통행 제한 어쩌고 해도
여기 경남 남부지역에서는 눈 구경하기가 어렵다.

10일 양산에도 첫눈이 내렸다. 회색빛 장막이 낮게 내려앉으며 약 한 시간 동안
눈이 모처럼 후하게 쏟아졌다.
처음엔 하얀 떡가루같이, 점점 비듬같이, 왕비듬 떨어지듯 풀풀 내려앉았다.
표현이 예쁘지 않지만, 이런 묘사도 구세대의 유물같이 사라지는 듯해서,
써본다.
눈을 자세히 보니, 눈 쌓인 숲을 위에서 찍은 풍경 같아 보이기도 하고,
남극 어딘가에 살고 있을 심해어의 알 같기도 하다. 세제 거품 같기도 하고.
하얀 북극곰이 설원에 눈 먹고 토해 놓은, 혹은 전설 속 설인(雪人)의 배설물?
첫눈 오는 아침 눈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하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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