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는 고교평준화를 단호히 반대한다
[기자수첩] 나는 고교평준화를 단호히 반대한다
  • 신정윤 기자
  • 승인 2018.10.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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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윤 기자
신정윤 기자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하지만 고교 평준화였던 마산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기자는 불행한 고교시절을 보냈다. 당시에 서울대학교를 가장 많이 보내는 학교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내 모교는 서울대학교에 학생을 보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기자는 이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갈수 없었다.

오늘날의 고등학교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입시 위주의 성적 지상주의 교육은 그대로 존재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대학 입시 지상주의 시스템에서 섣부르게 평준화를 했다가는 모든 학교가 서울대에 학생을 얼마나 보냈느냐가 그 학교를 평가하는 객관적 지표가 될 것이 뻔하다.

요즘 아이들 말로 '넘사벽'이라는 말이 있다.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뜻이다. 교사들이 수업을 해 보면 수업이해도가 남다른 아이들이 있다. 어떻게 이 아이들을 이해가 느린 아이들과 한 교실에서 수업시킬 수가 있나? 아이들은 이미 경쟁이 내면화 됐다. 협업해서 공부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찬성측에서 말하는 성적 동반 상승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독일과 같은 환경이 만들어졌을 때 맞는 말이다.

양산 고교평준화를 위해 여론조사를 앞두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고교평준화를 단호히 반대한다. 일단 평준화라는 말부터 뜯어보자. 평준화는 골고루 하다는 의미인데 성적이 다양한 학생들이 한 학교에 골고루 배치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성적이 제각각인 아이들이 골고루 섞이면서 교실이 서열화 된다. 교실 서열화가 하향평준화라는 용어로 현재 표현되고 있다. 평준화 찬성측에서는 하향평준화가 그 근거도 없고 오히려 성적이 동반상승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하지만 평준화된 고등학교에서 우리 반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모두 엎드려 잤다. 한국의 많은 도시에서 평준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게 이루고 싶은 평준화가 이뤄지면 공교육 붕괴, 교실 붕괴라는 말이 안 나와야 하지 않나? 오히려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앞서 평준화 반대측의 배상환 양산창조중심 대표가 지적했지만 교사들은 어느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해야할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중간 수준에 맞춘다는 것이다. 이해라는 것을 시키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중간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가르쳤을 때 그 학생들이 과연 온전한 이해라는 궁긍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다시말해 상위권은 다 아는 내용이라서 집중하지 못하고 하위권은 어려워서 따라가지 못해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뚜렷하게 해결할 방안이 없는 이상 평준화는 재고돼야 한다.

역사적으로 봐도 평등을 강조한 마르크스시즘의 공산주의 국가를 보라. 지배엘리트 계급이 생겨서 전체주의로 전락했다. 아이들의 교실도 공부를 잘하는 지배 엘리트 계급의 아이들과 중간층, 그리고 하위 계급으로 나뉘어 질 것이다.

더 이상 '똥통학교'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하고 싶다는 한 찬성측 학부모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실제로 그들의 주장처럼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를 '똥통학교'라고 생각하고 비하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 서열화된 대학에 가면 또다시 열패감을 느끼게 된다. 현 체제를 인정하고 좋은 대학을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평준화 되지 않은 학교는 비슷비슷한 성적의 아이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동기를 얻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내신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대입이라는 최종 관문에서 웃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결연히, 그리고 단호하게 고교평준화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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