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벗는 일 없는 만능 손

[가야·양산일보=전재훈 선임기자] 하동중앙중학교에서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하는 한 주무관의 독특하고 특별한 학교사랑이 지역에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하동중앙중학교(교장 조항두)에서 시설관리직 대체인력으로 근무하는 노찬석 주무관(59).
노 주무관은 정규직원 미발령에 따른 대체인력으로 지난 3월부터 12월까지 기간제근로자 계약을 맺고 속칭 '잡일'이라 불리는 학교 건물의 내외 관리 및 보수 업무를 맡고 있다.
학생들이 활동하고 수업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모든 교육시설 및 안전시설을 점검하고 보수하며, 학교의 화단과 정원을 관리하고 가꾸는 일이 기본적인 그의 일이다.
그러나 그가 칭송받는 것은 기본적인 일 바깥에 있다. 학생들이 청소하기 꺼려하거나 힘들어하는 화장실이나 운동장 청소를 도와주고, 부서진 책걸상을 수리하고 학생들이 버려둔 청소용구를 정리한다.
일하는 틈틈이 학생들을 위해 수돗물을 이용해 물레방아를 만들고, 운동장 배수로에 물을 가둬 다슬기·미꾸라지·붕어·메기 등을 키우며, 정원의 나무에 둥지를 만들어 새들이 깃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화단의 빈틈에는 고추·가지·수박·참외·방울토마토·매실·호박·오이·땅콩·꽈리·수세미·마늘·배추·무 등을 가꿨다.
어느 날 하나씩 생겨나는 색다른 볼거리에 학생들은 환호했다. 물레방아를 신기해하고, 물고기들을 쫓아 쉬는 시간마다 모여들고, 둥지에 드나드는 새들을 지켜보기 위해 서둘러 등교했다.
당연히 학생들은 성실하고 말없는 이 '아저씨'를 좋아하며 따르고, 노 주무관도 아이들을 친자녀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그의 이런 독특하고 특별한 학생사랑은 교직원 사이는 물론 입소문을 타고 지역사회에 전해져 그에 대한 칭송이 날로 높아졌다.
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노 주무관의 모습을 전해들은 학부모들도 아저씨가 기간제근로자인 것을 안타까워하며 며칠이라도 더 오래 근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노 주무관은 "그저 학생들이 너무 예쁘고, 손으로 만드는 일은 뭐든 재미있어서 하는 일일 뿐"이라며 주위의 반응에 손사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