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칭다오 여행기
[기자수첩] 칭다오 여행기
  • 박정애 기자
  • 승인 2018.10.10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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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양산일보 박정애 기자
가야˙양산일보 박정애 기자

첫 해외여행으로 칭다오를 다녀왔다. 2박 3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크지 않은 도시 덕분에 쾌적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저렴한 택시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택시 기본 요금은 10¥으로 현재 환율로 따지면 약 1650원 정도다. 대부분 20¥ 안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 관광지가 가까운 편으로 개발도시인만큼 도로가 넓고 잘 닦여있다.
주의할 점은 넓은 도로에 비해 보행자 횡단보도 신호가 굉장히 짧다는 것인데 깜빡임 두 번에 빨간불로 바뀌는 것은 예삿일이다. 그래서인지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개발도시의 시민의식은 아직 개발 전인가 보다.
중국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로컬 음식점이었다. 칭다오에서 베이징덕을 먹게 될 줄은 몰랐지만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이 식사 시간에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은 곳이었다. 기괴하게도 베이징덕은 잘 구운 오리를 살코기는 잘라내 접시에 담고 남은 뼈와 머리 부분은 다시 한 번 튀겨 향신료에 버무려서 준다. 무심코 집은 뼈가 바싹 튀겨진 오리머리일 수 있으니 심약자는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도 맛은 기가 막혔고, 현지인들은 유일한 한국말을 하는 우리 테이블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해외라는 특성 때문에 그 관심마저 즐길 거리로 충분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5.4광장이다. 인터넷에 칭다오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은 칭다오가 5.4운동의 도화선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우쓰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빨간 조형물이 우두커니 서 있는 사진을 접한 당시에는 '굳이 여길 가야만 하나?' 하는 생각을 가졌던 곳인데 기대가 없어서인지 어둠 속에 붉게 빛나는 조명 때문인지 이번 여행 중 좋았던 장소를 손에 꼽으라면 두 번째 손가락쯤 걸리지 않을까 할 정도로 좋았다. 선선한 바닷바람과 함께 주변에는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과 연인들이 느린 걸음으로 산책로를 걸어다녔고 그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 하는 중국인이었다. 마음껏 말하고 웃고 떠들어도 괜찮다는 작은 해방감이 여행을 들뜨게 만들었다.

 

칭다오 5.4광장 전경. (사진-박정애 기자)
칭다오 5.4광장 전경. (사진=박정애 기자)

 

다음 날은 칭다오 여행의 목적, 칭다오 맥주 박물관을 찾아갔다. 1903년 당시 독일인들이 생산에 사용했던 공장과 설비를 보존해 박물관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는 이곳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로 주변에서는 익숙한 우리말이 들려온다. 술을 좋아하는 민족답게 한국인을 가장 많이 만난 곳 또한 이곳이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임을 알 수 있었던 점은 박물관 곳곳에 부착된 설명피켓의 번역이었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은 아주 매끄러워 구*이나 파*고 같은 번역기의 솜씨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엉터리 한국어를 보며 모호한 웃음을 슬쩍 흘리고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는 분명 타국에서 느끼는 소소한 뿌듯함이 존재했다.
박물관은 입장료에 따라 체험할 수 있는 것도 다양해  나는 칭다오 현지 맥주병에 사진을 넣어 기념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들어 봤다. 사진을 전송해 주면 그 사진을 맥주 패킹 스티커에 넣어 붙여 주는 형식으로 생각보다 괜찮은 기념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지 맥주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값이기는 했다. 기념 맥주 한 병에 30¥이면 캔맥주 7개 금액과 비슷하니 참고해야 한다.

박물관 내 기념품샵의 다양한 칭다오 맥주와 기념품. (사진=박정애 기자)
박물관 내 기념품샵의 다양한 칭다오 맥주와 기념품. (사진=박정애 기자)

 

원하는 사진을 넣어 만들 수 있는 기념 맥주. (사진=박정애 기자)
원하는 사진을 넣어 만들 수 있는 기념 맥주. (사진=박정애 기자)

 

낯선 곳에서 생경한 설렘을 안겨주었던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칭다오는 공산국가 답게 길거리에 잔뜩 몰린 공안들을 만나게 되고 기묘한 위압감이 존재했지만 중국의 맛과 멋을 느끼고 싶고 깨끗하기까지 해야 한다면 추천 여행지는 단연코 칭다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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