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여기가 편하다냥!
고양이는 원래 야생에서 생활하던 동물이이에요. 그래서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지만 공격하거나 겁을 먹을 때 숨어있던 날카로운 발톱이 나오기도 하고, 개와는 달리 아주 뾰족한 송곳니를 갖고 있어요. 또 고양이는 높은 곳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데, 그 이유는 야생에서 나무 구멍이나 바위 틈새처럼 좁은 곳에 숨어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랍니다. 고양이들이 좁은 공간을 파고드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집고양이들 또한 야생의 습성이 남아있어 안정감과 보호 받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 종종 좁은 곳에 파고들어요. 실내에서도 낮선 사람이나 낯선 소리, 냄새 등을 피해 숨으려는 본능이 남아있는 것이죠. 또 고양이는 같은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습성이 있는데, 어린 시절 낮잠을 자기 위해 선택한 작은 상자가 있다면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같은 곳에 들어가 잠을 자고 싶어 할 거예요. 심지어는 몸이 다 자란 뒤에도 좁은 상자에 들어가기 위해 몸을 밀어 넣고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자기도 하죠. 고양이들은 사냥을 할 때도 어두운 곳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가 확 덮치는 습성이 있어요. 좁고 어두운 곳에 은신해 있다가 먹이가 나타났을 때 단번에 낚아채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사람이 보기에는 몸에 맞지 않는 공간에 들어가 있는 것이 불편해 보이지만 몸이 유연한 고양이는 생각만큼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요. 특히 임신한 고양이에게는 안락한 공간이 꼭 필요한데 어두운 곳에 박스를 놓고 담요를 깔아주면 그곳에 들어가 새끼를 낳기도 해요. 실제로 고양이에게 숨을 수 있는 상자를 제공했을 때 스트레스 수치가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네덜란드 연구진들의 연구결과도 있었어요. 그만큼 상자처럼 몸에 딱 맞는 공간은 고양이에게 최고급 호텔 같은 존재인 셈이죠.
고양이가 좁고 어두운 공간을 파고드는 이유는 무섭거나 공격태세를 갖추기 위한 것만은 아니에요. 호기심이 왕성한 고양이들은 탐험욕구가 뛰어나 집안 곳곳 가보지 않는 곳에 들어가고 싶어 해요. 그러니 더럽거나 위험한 공간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놓고 고양이가 따로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세요.
또한 고양이는 어두운 곳에서도 이리저리 잘 뛰어다니며 활동할 수 있어요. 사람은 밤에 앞을 보려면 어느 정도의 빛이 필요한데, 고양이는 사람에게 필요한 빛의 1/6만 있어도 앞에 있는 사물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고 해요. 게다가 고양이의 수염은 레이더 역할을 해서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답니다. 좁은 공간을 파고드는 것은 고양이의 본능이니 애써 꺼내려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만약 고양이가 좁은 곳에 숨어서 종일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면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으니 유심히 관찰해 봐야 해요. 맛있는 간식으로 유혹하거나 장난감을 흔들어도 도무지 나오지 않으려고 한다면 동물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