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안수효 칼럼] 고작 풍등 하나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화재
[특별기고·안수효 칼럼] 고작 풍등 하나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화재
  • 박정애 기자
  • 승인 2018.10.18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양 저유소 화재'
안전장치 부재가 불러온 인재(人災)
안전이 우선시 되는 나라 만들기 나설 때
안수효 가천대 행정대학원 안전전문가
안수효 가천대 행정대학원 안전전문가

10/7일 고양시 저유소(기름저장시설)화재사건은 인근에서 날아온 풍등으로 인한 화재가 원인이었고 피해금액은 무려 43억원 이었다. 불을 낸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에게 경찰이 중실화죄(중대한 과실로 불을 내 물건을 태운 죄)를 적용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리 부실 책임을 가리기 위해 상대적 약자인 외국인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를 접하고 대다수 국민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은 풍등 하나로 인해 국가기간시설의  화재 초동대처가 이 정도 수준 밖에 안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저유지의 규모로 볼 때 자칫 대형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시설이기에 국가기간시설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국가기간시설이 풍등하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간시설이다 보니 송유관공사 저유소는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에서는 내부가 잘 보이지 않고 출입 통제도 엄격히 관리되는 지역이다.

또한 화재발생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름탱크 내부는 압력과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있고, 탱크 내부에도 화재 발생에 대비한 설비가 존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휘발유 440만L가 들어 있던 저유탱크는 화재진화용 '폼액소화 장비'( 기름에 불이 붙으면 폼이라고 액체가 쏟아져서 진화시키는 장비)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폭발하면서 날아간 탱크 덮개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경찰의 발표를 종합해 보면 기름 탱크 주변 잔디에 불이 붙은 것이 화재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점을 비추어 본다면 탱크 주변 시설물 관리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유지에는 무려 45개 CCTV가 돌아가고 있었고, 풍등이 떨어지고 잔디에 불이 붙고 검은 연기 나도록 18분 동안 근무자들은 까맣게 몰랐다. 감시 체계를 보면 땅 위만 감시 할 줄 알았지 하늘은 감시대상도 아니기에 속수무책이었다. 탱크 외부에 화재를 감지할 장치나 불씨가 탱크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줄 장치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고양 저유소 화재'가 결국은 안전장치 부재가 불러온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많다.

국가기간시설로서 전략비축물자를 저장하는 곳에 비상사태를 대비한 예비 장치가 이렇게 허술 했다는 것에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2015∼2017년)간 풍등 화재신고는 42건으로 이 중 화재가 6건, 예방경계 출동이 36건이다.

풍등이 대형화재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지만, 전신주나 나무에 걸려 일부를 태운 뒤 꺼지거나 불이 날 위험이 있다는 주민들의 신고는 늘어나고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예방상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풍등 날리기를 제한 또는 금지할 수 있다. 풍등은 학교 앞 문방구는 물론이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언제든지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순간적인 즐거움을 위해 심각한 화재 위험을 안고 있는 풍등 놀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화재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나쁜 사례 사고는 한번이면 족하다. 이를 계기로 안전이 우선시 되는 나라 만들기에 모두가 나설 때라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