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조합장 선거가 뭐 길래?
[안수효 칼럼] 조합장 선거가 뭐 길래?
  • 양삼운 선임기자
  • 승인 2019.03.13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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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4억 쓰면 탈락하고 5억 쓰면 당선된다는 일명 5당 4락의 비밀을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도시지역은 금융권이 많다 보니 희소가치가 덜 하지만 농. 어촌의 경우 농협, 수협 조합장의 권력은 대단하다. 농. 어촌 지역의 금융권은 농협과 수협의 독점적이다 보니 이곳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금융거래는 사실상 어렵다.

3/13일 조합장 선거는 농협 1113개, 수협 90개, 산림조합 140개 등 전국에서 1343개 조합장을 뽑는다. 지난 26일부터 27일 후보 등록 기간에 3474명이 등록했다. 경쟁률이 2.6대 1이다. 2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으며, 단일후보가 출마한 197개 조합은 무투표 당선됐다.

언제부터 인가 조합장 선거는 돈 선거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이 허용하는 선거운동 폭이 극히 좁고 에비후보자 등록제도가 없는 관계로 신인들은 13일간의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얼굴을 제대로 알리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현직 조합장의 당선 비율이 1회 선거에서는 64,6% 에 이를 만큼 재선 확률이 높다. 깜깜이 선거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확실하다는 믿음을 가진 돈의 유혹이 넘어간다.

지방자치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조합장 선거에서는 후보자가 아닌 가족이나 제 3자가 어깨띠나, 소품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합동연설회도 없다. 선거운동의 제약으로 인해 약발이 확실한 돈 봉투에 후보자들이 기댄다는 이야기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조합장 선거는 득표율 15%를 넘으면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는 제도도 없다. 제로섬게임이나 마찬가지다. 당선되면 로또요 떨어지면 패가망신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1989년부터 2005년까지 4차례 조합장 선거에서 59명이 불법 선거운동으로 구속이 됐다. 이번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3/10일까지 각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전체 사건 건수는 모두 500건에 달한다. 이 중 126건(25.2%)이 고발(116건) 수사 의뢰(10건)됐다.

조합장 선거가 금품 살포와 불법 선거운동 등 혼탁 양상을 답습하거나 오히려 가중시키면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토록 위험천만한 선거에 도전하는 조합장 후보들은 무엇 때문인가?

지역 농협은 자체 수익사업부터 신용사업, 교육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조합장의 힘을 한마디로 정의를 내린다면 행정·입법·사법권을 모두 한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조합장은 이런 사업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손에 쥐고 4년 임기 내내 조합 자산을 직·간접적으로 주무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마디로 제왕이나 다름없다. 군 단위 지역에서는 자본의 통제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절대 권력자 이기도 하다.

조합의 규모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임기 4년에 조합장 연봉이 7,000만원 ~ 1억원, 판공비 승용차에 각종 리베이트까지 챙긴다. 조합장이 누리는 권력이 어느정도 인지를 가늠 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있다. 겸직 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광주광역시에서 조합장 신분으로 시의원에 당선이 되고 난 뒤, 아무런 미련 없이 시의원직을 사퇴한 경우도 있었다.

시의원직을 수행하는 것보다 조합장 자리가 더 마음에 든다는 선택이었다. 제왕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는 농.어촌 경제 소통령이라 불리는 조합장의 권한을 감시,견제,감독 기능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 속에서는 비리가 싹 틀 수 밖에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고 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쇄적인 구조가 조합장의 전횡과 이권 개입을 조장하고 부추기며 선거 혼탁을 초래한다. 폐습 개선 없이는 공명선거는 무망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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