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대통령까지 나선 스쿨존 안전대책
[안수효 칼럼] 대통령까지 나선 스쿨존 안전대책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19.11.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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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안전전문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9살 김민식군이 숨졌다. 이를 계기로 국회에 어린이 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일명 ‘민식이 법’이 발의되었다. 지난 19일 저녁에 열린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고 김민식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김 군의 어머니는 울먹이면서 "스쿨존에서 아이가 차량에 치어 사망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차량이 미끄러져 사망하는 아이가 없어야 하고, 아이가 다치면 빠른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어야 하며, 아이가 타는 모든 통학 차량, 등·하원 차량이 안전한 통학 버스이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대통령을 앞에 앉혀두고 전국으로 펴져나갔다.

문대통령은 “국회와 협의해서 민식이 법이 빠르게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며 “스쿨존 전체에 아이들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다만 법제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스쿨존의 과속방지턱을 길고 높게 제작하는 등 누구나 식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사망사고 가해 운전자를 3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음주운전·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이 원인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우려스러운 것은 민식이법이 12월 20대 국회 본회의 통과 못하면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다.

김민식군 아버지가 11/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민식이 법 통과를 촉구하는 청원은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 전까지는 2만7천여 명이 지지했는데, 하루 만에 20만 명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스쿨존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1995년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정문의 주변 반경 300m에 설치된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보호구역이라는 약속이 무색할 정도로 스쿨존 안에서 발생하는 어린이교통사고는 안전운전 의무불이행, 신호위반 순으로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스쿨존 횡단보도에서는 우선멈춤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2016년~2018년 어린이 보호구역내 어린이 교통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부상한 어린이 수는 1천489명이었다.

2018년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 16,765곳 가운데 435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그 중 3명이 사망했으며 47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2016년~2018년까지 지역별로는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통사고가 경기 292건, 서울 254건, 부산144건, 경남은 최근 3년간 54건의 사고가 발생해 전국에서 는 열 번째로 나타났다.

어린이 보호구역이 우리나라에 16,789 곳이 있다. 이 가운데 과속카메라가 설치돼있는 곳은 5%도 안 된다는 국회의원의 지적이 있었다. 놀라운 숫자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에 과속단속 장비가 설치돼 있는 것은 820곳 정도라고 한다. 단속 장비가 없다보니 과속은 기본이다. 이런 곳일수록 안전장치조차 미흡하다. 신호등은 고사하고 과속 방지턱도 없다는 것이다. 무늬만 어린이보호구역이지 실제 안전을 담보 해 낼 수 있는 장치는 없는 것이다. 고작 푯말과 아스팔트 바닥에 노란색 페인트가 전부인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전국 스쿨존에 과속 단속 카메라와 신호등을 설치하는데 6,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했다. 반영구적으로 어린이의 안전을 책임지는 예산배정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며 국회는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후진국 사고라 불리는 어린이교통사고는 어른들의 관심과 동참 없이는 막아낼 수 없다. 인구감소를 걱정하기 이전에 어린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책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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