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재활용과 정리,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자원재활용과 정리,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 편집부
  • 승인 2020.07.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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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사림동 정리연구소를 찾아
진해 풍호동 주간보호센터에 기부한 테이블

뉴트로가 대세이다. 쓸모없다고 버려지던 것들이 쓸모를 찾아 제 역할을 하고 낡고 오랜 것들이 새롭게 각광받는 현실은 낯설지만 반갑다. 그 현상의 이면에 성장기가 끝난 우리의 경제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멀쩡한 물건들을 싫증났다고, 오래 됐다고 생각 없이 무조건 버리는 습성이 점점 고쳐지고 있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중고 매매 사이트들이 각광을 받고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사들이고 또 판매도 하면서 중고 시장의 규모가 날로 늘고 자원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창원시 사림동 창원장애인복지관 앞 반 지하 앞엔 낡고 오랜 물건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창고처럼 보이는 이곳은 한 젊은이의 꿈이 자라고 있는 일터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6개월 여, ‘정리연구소’라는 상호는 정했지만 아직 간판도 달지 못한 신설 사업장이다. 장맛비 내리는 중에도 분주히 창고를 드나들며 정리에 분주한 사람이 김상일(40) 대표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부이사관이 되어 해군에 입대한지 13년, 결근 한 번 없이 성실하게 군 생활을 했지만 진급 적체를 피할 길이 없었다. 결국 계급 정년으로 제대한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다양한 업종을 전전하며 온갖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군대 생활에 익숙해진 그에게 사업이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행복한 내일의 꿈을 안고 술집을 차렸지만 이 또한 실패였다.

많은 돈을 들여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집기 등을 치우는 것도 돈이 드는 일이었다. 평소 중고거래 사이트를 알고 있던 그는 ‘혹시’하는 마음으로 집기 등을 중고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돈을 주고 버려야 했던 물건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중고 거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더 이상 투자할 돈은 없었지만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신이 도전할 만한 분야라 여겼던 그는 여러 재활용 업체 등에서 일하며 실무를 익히고 나름의 사업 노하우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정리하고 처분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랜 생각 끝에 그는 이런 가능성들을 하나로 묶어 사업화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정리 연구소’가 탄생하게 됐다. 이곳에서는 이사, 이혼, 갑작스러운 이동 등으로 미처 정리하지 못한 살림살이 등을 치워주는 업무를 주로 한다. 폐업한 곳을 정리하고 때로 고인의 유품을 치우는 일도 한다.

의뢰처를 정리하여 마지막 청소까지 깨끗이 하면 아픈 기억의 장소가 새 희망이 자랄 꽃밭으로 변하는 듯하다. 적은 비용으로 일을 맡아서 하지만 정리하는 곳에서 쓸 만한 고가의 물건들을 함께 치우는 경우는 오히려 돈을 주고 들고 오기도 한다. 의뢰인의 경우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올리는 셈이다.

고인의 유품은 전부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나머지 이동, 이사, 폐업 장소 등의 물품은 쓸 만한 것들을 따로 모아서 아동센터, 노인복지관, 장애인 기관 등에 기부한다. 폐업한 학원의 피아노를 한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했을 때 좋아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일에 큰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이제 정식 개업 6개월 여,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기부가 이루어졌고 밀려드는 일거리에 밤낮이 없다. 일 시작 후 트럭을 도둑맞는 등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젊은 자신을 믿고 좌절을 딛고 일어섰다.

이제 시작이지만 꿈은 크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자립을 동시에 이루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퇴직 군인들을 채용하여 재활용 전문 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꿈이다. 그리고 더 많은 자원을 재활용하고 더 많은 물건들을 이웃의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눔하고 싶은 꿈도 가지고 있다.

장마철, 무거운 짐을 나르느라 굵은 땀방울이 빗물과 섞여 흘러내리지만 두 아이를 생각하며 사람 좋게 웃는 그의 젊은 패기가 열어갈 미래가 기대된다.

연락처: 창원시 의창구 사림로 45번길 38-5, 010-8389-4606, tkddlf08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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