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전통문화 계승 위해 시작
젊은이들에게 우리의 소리 알릴 터

매년 상북면 대석리 물안뜰농촌전통테마마을에서는 상여소리와 행상재현 행사가 열린다. 2013년 6월 처음 시작된 행사는 농촌진흥청의 ‘전통행사를 활용한 농촌관광 활성화 시범 사업’ 선정에 따른 것이다. 방문객들은 상도꾼으로 행렬에 참여하거나 수의를 입은 채 입관, 유서 쓰기 등의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정월에서는 보름 사이의 세시풍습인 지신밟기 과정도 시연된다. 자세한 것은 앞소리를 담당하는 박성호 소리꾼을 만나 물었다.
- ‘상여소리’라고 하면 흔히 장례식 때 상여를 메고 가며 부르는 곡소리라고만 알고 있는데,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상여소리란 장례식 때 상여를 메고 가는 향도꾼 혹은 상두꾼으로 불리는 상여꾼들이 부르는 소리다. 만가, 향도가 등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소리로 불린다. 대도시에서는 사회적으로 천시를 받던 사람들이 작은 집단을 형성해 상두도가를 중심으로 직업화된 사람들에 의해서 불렸지만 지금은 보통 불리지 않고 있다.
행상은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소리다. 장례의식과 상여를 메고 운반하며, 땅을 다지는 노동의 기능이 복합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의식요이면서도 노동요의 성격을 갖고 있다.
- 그 유래와 형식은 어떻게 되는가.
예부터 농촌에서는 초상이 나면 마을단위로 주민들이 서로 협동해 장례를 치르고, 자발적으로 상여꾼이 돼서 노래를 불렀다.
목소리(초성)가 좋고 노랫말을 잘 외우는 사람이 앞소리를 메기고, 상여를 멘 여러 사람들이 뒷소리를 받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메기는 소리에는 보통 “북망산천이 머다더니 내 집앞이 북망일세”,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실 날이나 일러 주오” 등과 같은 노랫말이 많이 쓰인다. 받는 소리는 “너허 너허 너화너 너이가지 넘자 너화 너” 혹은 “에헤 에헤에에 너화 넘자 너화 너” 등의 노랫말이 많이 사용된다. 때로는 처음의 느린 부분에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등과 같은 불가의 노랫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 상여소리나 행상 재현에 양산지역만의 특별한 특징이 있다면?
양산지방에서는 방에 모셔둔 시신을 장사지내기 위해 모시고 나갈 때 방의 네귀퉁이에 들이대면서 별말은 안 한다는 곳이 많았으나 일광면 용천리에서는 동서남북 각각 3회씩 “워, 워, 워”하며 널을 밀었다 댕기곤 한다. 방문을 나서면서 문지방에다 칼이나 도끼로 3번 긋고, 상여가 대문 밖을 나설 대는 바가지나 사기그릇을 던져서 깬다.
상두꾼은 선소리꾼 1명과 상여 메는 사람 32명으로 구성된다.
- 상여소리와 행상재현 행사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해 행사는 물안뜰 마을이 아닌 시내에서 진행되다보니 볼거리는 많았지만 상여소리의 배경이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상여소리에 맞는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한다면 전통적 모습을 담은 풍성한 축제가 될 거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전통 풍습을 계승하고자 진행하는 행사지만 흥미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행사를 보러오는 관중들을 위해 전통적인 노래가사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소리 중간에 관중들이 함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넣어 노래를 부른다.
- ‘앞소리’는 정확히 어떤 것이고,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는가.
앞소리는 상여를 메고 맨 앞에서 선창하는 소리를 말한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마지막 의식인 망자의 시신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불리는 장례 의식요로서,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앞소리를 시작하게 된 건 15년 정도 됐다. 앞소리를 시작하게 된 당시에 앞소리가 점차 사라져 가던 때라 공연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상북 물안뜰마을에서 사람들을 모아 소리를 하게 됐다.
- 스승이나 롤모델이 있는가.
따로 스승을 두고 배운 적이 없다. 책이 내 스승이다. 어릴 때부터 상여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농악을 하면서 옛 것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태평소를 하다 소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젊은 사람들에게 상여소리와 행상에 대해 알리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시켜보자는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
- 공연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
소리꾼으로서 공연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 소리에 관중들이 울고, 웃는 것을 볼 때다. 그게 내가 앞소리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계승해나간다는 뿌듯함도 있다.
- 소리꾼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굉장히 좋다. 공연 전 특별한 관리를 하는가.
특별히 관리하는 것은 없다. 아마 타고난 것 같은데, 계란을 많이 먹어 그런 것 같기도 하다.(웃음) 다만 앞소리를 하기 위해서는 가사를 정확하게 외워야 해서 일주일 전부터 가사를 정리하고 다듬는다.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상여소리와 행상재현 행사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노력과 연습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또한 지형지물을 이용해 더욱 자연스러운 공연이 되도록 애쓰고자 한다. 기회가 된다면 인원을 모아 전국대회에도 나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