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ㆍ시민단체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축소 통폐합 규탄"
여성ㆍ시민단체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축소 통폐합 규탄"
  • 박미영 기자
  • 승인 2022.09.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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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기관 기능개편 논의 참여 요구, "알맹이없는 기관 전락 우려"

부산지역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들이 28일 "무엇을 위한 공공기관 통폐합이냐"며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축소 통폐합 계획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부산여성단체연합과 여성상담소ㆍ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부산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자출연기관 개편 논의에 여성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TF팀을 구성하라"며 "부산시장은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 공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8월 1일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방향을 발표했다. 25개 산하 공공기관의 유사중복된 기능을 효율적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흩어져 있는 시정 연구기능을 합친다는 명목하에 ‘부산여성가족개발원’과 ‘부산인재평생진흥원’을 통폐합하여 여성, 가족, 교육, 정책을 통합 관리하는 수행기관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들이 28일 오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가족개발원 통폐합 논의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양삼운 기자)

이에 대해 여성시민단체들은 "부산시의 성평등 추진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통폐합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완료되는 대로 의견수렴 등을 하겠다고 하지만, 용역 결과 발표는 당초 계획이었던 9월에서 10월 초로 미뤄졌고, 내부적으로 원안대로 확정 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고유 기능인 여성정책 연구기능을 완전히 축소시켜 부산연구원으로 모두 이관하고 관련 수탁사업들만 수행하는 알맹이 없는 기관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산시의 통폐합 기조는 중앙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기조와 다르지 않다. 정부의 ‘여성가족부의 이름만 없어질 뿐, 그 기능은 그대로 존치한다.’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이름이 바뀐다는 것은 성평등 정책 실현을 위한 중요한 권한과 기능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들은 "국가의 성평등 정책을 전담할 독립된 부처가 필요하듯이 지역의 성평등 현황과 관련된 연구조사 기능과 여성정책 연구기능을 맡아서 추진할 여성정책 연구 전문기관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그 범위는 시정 전반의 성주류화 정책뿐 아니라 여성의 일, 노동, 돌봄 등 여성 관련 분야 전반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중요한 연구기능이 타 기관에 이관된다는 것은, 성평등 관점으로 진행되던 여성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부산연구원의 하부 부서로 존재하던 20여년 전으로 퇴행하는 것이며, 여성정책을 가족·복지 정책의 일부에서 이제 교육정책의 일부로까지 축소 및 후퇴함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여성단체들은 "퇴행적인 공공기관 통폐합의 결과는 이미 근접한 대구와 경남의 사례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는 지난 7월,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대구시의회의 청부조례 발의, 거수기 조례 통과로 ‘대구사회서비스원, 대구여성가족재단,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이 '대구행복진흥원'으로 통폐합했다. 그러나 현재는 결국 3억 5천만 원의 기관장 임금만 줄이는 꼴이 되었다.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는커녕 각기 다른 기관들의 무작위 통합으로 인한 조율 실패로 후폭풍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의 경우, 이달 초 경남여성가족재단 및 경남여성능력개발센터 통합 등 연구기능을 축소하고 사업위주 기능만 남겨놓으려 시도했었다. 그러나 지역여성계와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축소를 철회하고 조직을 확대·개편하기로 했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정책 연구가 핵심인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연구기능을 축소·이전한다는 것은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성평등을 ‘기계적’으로 이해하고, 출자·출연기관의 경영평가로 진단하겠다는 부산시의 성인지 정책에 대한 인식이 놀라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여성 일자리, 청년 여성의 유출, 저출생, 지방소멸, 1인 가구의 문제 등은 모두 성평등 관점의 접근이 필요한 여성정책 연구 과제"라며 "박형준 시장이 표방하는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에 절반의 여성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 지방선거 기간에 분명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지역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는 허위 공약이었느냐"고 되물었다.

여성단체들은 "구조적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며칠이 멀다 하고 일어나는 스토킹 범죄와 여성혐오 살인이 비단 서울의 일만이 아니다. 여성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안전문제는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 지역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인 문화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라며 "여성폭력종합방지센터도 성비위근절추진단도 사건 발생 후 대응이 주목적인 기관이다. 성평등 관점의 여성현안, 여성정책 연구 없이는 여성의 안전과 일상에서의 성평등도 있을 수 없다. 부산시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축소 통폐합을 철회하고,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에 앞장서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견에 동참한 단체들은 다음과 같다.

부산여성단체연합(사)부산성폭력상담소, 사)부산여성사회교육원, 사)부산여성의전화, 사)부산여성장애인연대, 사)부산여성회, 부산한부모가족센터),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가족상담센터희망의전화가정폭력상담소, 구세군샐리홈, 기장열린상담소부설성·가정폭력통합상담소, 다함께성·가정상담센터, 로사리오카리타스초원의집, 로사리오카리타스평화여성의집, 부산가정법률상담소부설가정폭력관련상담소, 부산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 부산여성의전화성·가정폭력상담센터, 부산여성의집, 부산여성장애인연대부설사랑의집, 부산여성장애인연대부설성·가정통합상담소, 부산여성지원센터꿈아리, 부산여성회사하가정폭력상담소, 새길공동체누림터, 새길공동체양지터, 새길공동체해봄터, 여성문화인권센터부설가정폭력상담소, 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상담소, 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쉼터, 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자활지원센터숲, 웨슬리마을신나는디딤터, 인구보건복지협회부산지회성폭력상담소, 중부산가정폭력상담소, 해뜨는집), 사)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부산참여연대 (총 33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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