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자치분권과 중앙집권
[발행인 칼럼] 자치분권과 중앙집권
  • 양삼운 발행인
  • 승인 2023.05.19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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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결과 확정 전 게시 의무... 여전한 재정, 조직, 인사 규제

입하가 지나자마자 갑작스레 더워져 당혹스럽게 하더니, 비가 온 다음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선선해진 5월입니다. 환절기에도 늘 건승하시기 바라며, 자치와 분권, 집권론과 중앙정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시는 시간을 내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는 상황이라 조심스럽지만, 지역소멸 우려가 높아지는 흐름에서 그냥 있기도 어려워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자치단체장을 선출한 지 28년째를 맞으며 이쯤 되면 자율적인 관리는 물론, 발전방향에 대한 조직적인 대응도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정치학과 법학, 경영학 등이 어우러진 행정학을 배우며 지방자치론과 지방행정론 등을 읽으며, 다가올 지방자치시대를 예견해 보기도 했습니다. 지방재정론으로 논문을 쓰기도 했지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재정분야에서 중앙정부에 목을 메는 것은 엇비슷해 보입니다.

왜 이럴까요? 수많은 자치분권주의자들이 전국 정치인으로 성장했고, 다수의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여전히 지방은 목이 마르고, 지역 인구는 수도권보다 적어졌습니다. 대한민국은 중앙과 지방이 더불어 함께 잘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임의단체나 지방정부나, 중앙정부도 재정구조가 튼튼하지 못하면 중심을 잡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나라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지속되면 경제위기가 오는 것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이 해마다, 추경마다 정부에 손을 벌리는 일은 바람직하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것도 수십년이 지나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자주재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날로 높여 왔지만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입장은 여전합니다. 겉으로야 자치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규제와 방침을 하달하려 애를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정부 방침들은 여전히 국회의 지적에도 요지부동이고,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중앙정부의 입김이 세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부산광역시 홈페이지에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가 공고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최종 결과도 아닙니다. 이의신청을 해 재심의가 진행 중인데도, 마치 확정된 감사 결과인 듯 버젓이 올라와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인데, 부적절해 보입니다. 마치 1심 재판 결과를 공고하도록 하는 것으로, 항소심과 상고심 결과도 나오기 전에 게시하라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보입니다. 행안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지역에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20여년 전부터 공기업 이전을 비롯해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정책을 강조해 왔는데도 여전히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점은 뼈아픈 부분입니다.

기형적인 사회가 바람직한 나라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 더욱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도 지방을 통제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야당 탓을 넘어 지방시대위원회가 언젠가 출범하더라도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적대적 공존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여야를 대표해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었던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대표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의힘을 넘어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가 된 지 1년이 지났고, 4년 후 대선에 나설 계획이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도력과 실천력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상대방의 실책에 기대는 정치보다는 먼저 가슴을 열고 전체를 보는 자세로 전환하기를 기대합니다. 먼저 변하는 쪽이 민심을 얻을 것입니다.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대한 공약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실행하기를 촉구합니다. 지방의 어려운 실정은 중앙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의 현란한 공방들조차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보일 뿐만 아니라, 너무나 여유로워 보인다는 지적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영원한 호구가 없음을 현대사의 주요 변곡점들마다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방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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