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 건립 예산 애초 290억원에서 121억원으로 줄어 기만적"
천문학적 예산 퐁피두센터 분관, 오페라하우스, 국제아트센터 비교
"문화예술 철학 부재 질타... 적절한 예산과 규모의 문학관 지어야"
부산 문학계가 숙원사업인 부산문학관을 축소 건립하려는 시를 강력 규탄하고,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문학관 건립을 촉구했다.
부산지역 15개 문학단체들이 참여한 '부산문학관 건립 정상화 대책위원회는 28일 오후 시청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초 예산 290억원에서 121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부산문학관 건립안을 전면 철회하고, 제대로 된 문학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문학계는 "천문학적 예산을 들이는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와 오페라하우스 건립안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해 에술문화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시선을 대변했다는 분석이다.
대책위는 부산시의 문화예술정책을 강력 비판하며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다"며 "부적절하게 축소한 건립안을 철회하고 원래 계획대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문학관을 만들 수 있도록 예산과 규모를 다시 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학계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사업과 오페라하우스 사업 등과 비교할 때, 시가 지역문화예술계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화행정을 자행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대책위에는 부산문인협회와 부산작가협회, 부산시인협회 등 지역의 15개 문학단체가 참여해 광범위한 여론을 모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덕축구장 리모델링 사업이 이해하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무산된데 이어 문학관 건립사업도 강력한 반대 의견이 드러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회견에서 대책위는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국민들에게 실로 놀라운 자긍심을 선물했다. 부산 문학인들도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펼쳐질 미래의 K문학을 향한 부푼 꿈으로 가득 차 있다"며 "하지만, 부산지역 문학적 현실을 돌아보면 안타까움을 넘어서 수모와 수치스러움을 벗어날 수 가 없다. 문인들이 20년 전부터 염원해온 부산문학관 건립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문인들의 들끓는 여론에 2021년에서야 부산문학관 건립을 위한 공론화를 시작했다. 문학관 건립추진위와 시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금정구 만남의 광장에 문학관을 짓기로 합의했다"며 "그런데, 지난 8월 시는 문학과 건립을 위한 예산을 애초 290억원에서 121억원으로 삭감하고, 연면적 또한 4000㎡에서 1891㎡로 줄여 보고했다. 이유는 타당성 조사결과 경제성 점수가 낮아 예산과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추진위원들이 반대하자 지난달 건물을 1층 더 증축해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예산은 여전히 121억원으로 보고했다"며 "이는 20년을 참고 견뎌온 문학인들에게 '반토막 문학관'으로 기만하려는 것"이라며 최근의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였다.
대책위는 "인접예술인 미술은 이미 두 시립미술관이 있는데도, 퐁피두 미술관 분관을 유치하려고 한다. 이 사업은 중앙투자심사까지 면제받아 졸속으로 추진하면서, 문학관에 대해서는 예산을 반토막내고 중앙투자심사 통과 걱정만 하면서 문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3천억원이 소요되는 오페라하우스와 2천억원의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 문학이라는 예술을 대하는 시장 이하 관료들의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이 부재하다"고 규탄했다.
대책위는 "현재 추진하는 문학과 건립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제대로 된 규모와 예산의 문학관을 다시 추진하라"며 "각 문화예술 장르에 균형있는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른 예산집행으로 지역문화예술 생태계를 제대로 보전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