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계절은 완연한 봄날씨를 보이고 있다. 조석으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한낮의 햇살은 이미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달아 올라 있음을 알 수 있다. 단기 4358년, 불기 2569년, 서기 2025년의 3월도 월말을 향하고 있다.
하염없는 세월은 지난 날들을 잊게도 하지만, 여전한 현실은 분노로 모아지게도 한다. 기억하기 때문에 문명을 만들었지만, 망각할 수 없기에 역사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주와 지구의 주기가 바뀐다는 심오한 과학은 잠시 제쳐두고, 우리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걸렸다는 현대사의 질곡 한가운데를 건너가는 오늘날의 세태는 어떠한지 되새겨야 할 시절이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세계 10위권 이내의 선진국이네, 5위권 군사력이네 하는 나라에서 한가로운 평일 저녁에 일어난 느닷없는 비상계엄은 온 나라를 넉달째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원인과 책임을 찾는 일이 그리도 어려운가? 아니 정말로 옳고 그름을 몰라서들 그러시는지? 지금은 그런 걸 논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올 정도로 이미 한참 지나왔다고들 말한다.
'내란'이라며 '내란 우두머리'를 구속하며 그 난리를 치더니, 너무도 간단하게 석방해 예상치 못한 논란으로 국민들의 법학 지식을 넓혀주고 있다는 질책이 나온지 오래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우리가 이런 것에 시간을 뺏길 정도로 한가한 나라인가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연금개혁을 비롯해 선진국 치곤 정말 다양하고 역동적인 정책토론이 시급한 주제들이 산적한 실정임을 잊고 있다. 아니 중요한 주제에 대한 심오한 토론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의심까지 들 정도이다.
그 잘난 정치인들이 정작 정책이나 입법에 관한 토론보다는 허구헌날 정략적인 대결로, 의사당과 상임위원회보다는 거리를 헤매는 것이 일상사가 된 지 오래다. 거창한 시대정신을 앞세워 몰고가는 진영 대결 논리들은 정작 민생현안을 가르는 정치철학과 정책결정 과정들에 대한 깊이있는 토론을 멀리하게 만들고 만다. 각론을 논할 시간을 주지 않고 거대담론으로 경제사회 개혁 관련 토론들을 덮어버린다. 결국 남는 것은 몇몇 지도부의 권력욕 뿐이다.
겨우 구색맞추기로 한두개 주제를 얹어 내어놓는 개혁안 이라는 것도 잘 살펴보면 생색내는 수준에 그치는 게 다반사이다. 저래서 '정치만 삼류'라는 비판이 자리잡은 것이다. 자세히 보면 지역소멸이나 기후변화 등 가장 중차대한 주제들에 대한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공부하고 알아야 하는 정책토론보다는, 대충 신문이나 방송, 특히 알량한 유튜브 등에서 주워들은, 확인되지도 않은 수박겉핡기 식의 대결논리로 하루를 보내는 정치인이 한 둘이 아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무슨 민생현안이 개선되고 어떤 정책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정당과 각급 의회 구성원들이 한 번 더 각오를 다져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탄핵을 촉구하거나 반대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고 시급하겠지만, 어느 현안 하나 다급하지 않은 정책이 있는가? 심호흡하시고 차분하게 본연의 일부터 충실히 챙겨야 할 시점이다. 각자 할 일을 다하며 정의롭게 살고 계신가!
물론 헌법재판소가 하루속히 평결을 마무리하고 국민들의 분열이 더이상 가속화하기 전에 조속한 결론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예측가능한 나라가 선진국이 아니겠는가! 하루하루 견디기 어려운 국민들이 산불까지 더해 몸과 마음이 점점 피폐해져가는 이상한 나라에서 '더이상 이렇게는 살기 싫다'고 결론내리기 전에, 이번 개헌에 '헌재를 없애자'는 말까지 나오기 전에 보다 현명한 일처리가 시급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의 안녕을 기원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