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정담] 수오지심
[해변정담] 수오지심
  • 양삼운 발행인
  • 승인 2025.04.06 0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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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을 다하지 못함을 반성하며...

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암담한 기억이 있으신가? 살면서 만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순간들이 있으신가? 기억하기 싫은 이들이 있으신가? 그런 일이 없는 이들이 얼마나 있으시겠냐 만은 우리네 삶들은 보통은 한 두가지 이상 썩 내키지 않은 일들도 만나고 지나가야 할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양삼운 발행인(가야일보 자료사진)

되돌아보기 싫은 시간들을 이제 와서 어찌 하리오 만은 시간은 흘러가고 기억은 사라져갔음을 오늘에야 알게 됨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무참한 추억들은 묻어두고, 바른 자세로 새로이 만나는 일들을 마주할 때 우리네 인생이 조금 더 홀가분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채워갈 수 있을 것이라 감히 말해보고 싶은 날들이다.

청명도 한식도 어느듯 지나가고, 다시 맞는 을사년 을사일이 밝아 오고 있다. 세월은 이렇게 왔다는 말도 없이 지나가고, 우리는 늘 새로운 태양을 맞아하며 무심하게 살아간다. 수십억년이라는 지구의 한 점에도 미치지 못할 찰나와도 같은 시간에서 무에 그리 무거운 마음을 이고지고들 가시는가...

음력 3월 아흐레, 양력 4월 6일의 아침은 특별할 게 없는 날일 수도 있다. 각자 의미를 부여하기에 달린 일일 것이다. 누군가에겐 생일이고, 무슨 기념일이고, 조상의 기일이고, 봄날 파종하는 날일 수도 있다. 논밭에 물을 대야 할 날이기도 하고, 가랑비에 짜증을 내는 시간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무슨 거창한 일들이 있었을 것이고, 유명하신 분들의 기념일이기도 할 것이다. 수천만년 인류의 발걸음들에 어찌 기록 없는 날이 있을 것인가...

너무 거창한 뜻을 담지는 말자는 말씀이다. 누구나 자신의 속마음을 담은 말을 하기 마련이다. 간혹 생각없이 말하는데 취한 이들도 있겠지만, 대개 그럴싸한 명분을 담아 허황한 잡설을 보태는 일이 허다하다. 특히 21세기 대한민국의 소위 정치인이라는 분들이 대개 그러하다.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이해관계에 기초한 언행을 나무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적어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허황한 장광설을 색다른 논리랍시고 허구헌날 외쳐대는 이들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아니 격리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이들을 가려내는 일에 나서야 하는 일이 많을 경우 누군가 전문적으로 평가를 맡아야 할 것이다. 주로 힘과 자본을 가진 쪽,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한 일이 의회의 주요 임무이다. 물론 정당과 시민단체, 언론 등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변방에서 떠들어온 소쩍새같은 사람이지만, 작금의 소란들에 대해 부끄러운 말씀을 올려야 함을 용서하시기 바란다. 어줍짢은 괴변으로 시간을 때워오다보니 거대한 뒤틀림을 집어내지 못하고, 무리한 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자주 지적하지 못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지 못함을 늘 안타까워만 했을 뿐 제대로 할 일을 하지 못했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한 고비를 넘어가려면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야 할 것이다. 돌아봐야 할 일도, 내려놓아야 할 것도 있을 것이다. 다만 허락된 시간이 정해져 있을 것이므로 가급적 짧게 짐과 마음을 정리하고, 물러서고 비껴서면 좋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마음과 시간도 소중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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