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아름답다고 하셨던가...
시절은 어김이 없어 어느새 여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한낮의 태양은 마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따가워진지 오래이다. 자외선과 빛의 산란을 넘어 이젠 뜨거워서 피해야 하는 계절이다. 자고로 여름은 이런 것이다.

조기 대선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했는데도, 버젓이 식상한 면상들이 여전히 득시글거리는 것은 꼴불견이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인가? 호구지책이 급한가? 충신은 불사이군이라 했다. 엊그제까지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공사석에서 떠들든 이들이 아무런 부끄럼 없이 뻔뻔하게 나다니는 것은 도대체 어떤 뇌구조에서 비롯된 행태인가?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이 나라에는 아무런 반성과 참회도 없이 얼굴을 치켜들고 다닐 뿐 아니라, 되지도 않는 궤변으로 횡설수설하는 이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걸 좋다고 받아쓰는 것들도 있으니 참... 말이라고 다 논리정연한 것이 아니듯,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 수다쟁이들도 즐비하다. 가릴 줄 알아야 하고, 마땅히 가려야 할 시점이다.
망종을 지나 오월 보름을 맞는 오늘은 모내기를 마무리 하고 농주를 들이킬 때이리라. 엄청난 비난도 받지만 국가원수가 논두렁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은 대한민국 근대화 물결 속에서도 농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몸소 선보인 명장면일 것이다. 그렇게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의 기억에 살아있다. 비극적인 가족사와 겹쳐져 장기집권과 군사독재의 폐단이 자명한데도 여전히 역대 대통령 인기 순위에서 상위권에 자리한다.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밀집모자 쓰고 자전거에 손녀를 태운 장면도 멋지다.
지도자는 먼저 인성을 갖춰야 한다. 어려운 여건을 헤쳐 나가는 추진력과 실력은 그 다음이고, 우선 인간에 대한 사랑과 봉사 정신이 몸에 배어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병역과 전과, 납세 등을 보는 것이리라. 사람을 수단으로 보거나, 자기 가족과 측근만 살피는 속좁은 성격으로는 소인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에 대한 자비심과 야권에 대한 배려와 상생, 공공선과 애국심 등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무런 소양과 기본이 안된 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른척 방조하고, 지도자랍시고 지지한 이들도 물러나 반성해야 한다. 소위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아무런 철학과 역사 의식도 없이 나서서, 내용 없는 언사로 진실을 호도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한다. 정치권과 사회단체 지도자 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들 아실 것이다.
38년 전 우리는 군사독재 정권의 정권연장 음모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완성하는 유월항쟁을 시작했다. 총칼로 위협하며 비상계엄령을 준비하던 전두환 일당은 미국의 반대라는 명분으로 국민의 저항에 물러섰다. 그 시절 민주화 운동보다 책상 앞에서 일신의 안위와 출세지향적인 행태에 사로잡혀온 이들이 시대가 바뀌자 시민운동을 빙자해 전문가랍시고 나서는 꼬라지는 목불인견이다. 시민들의 고귀한 희생 앞에 시대정신에 대한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은 아예 없으신가?
사회와 나라를 위한 봉사와 희생을 어느 정도 했는지도 공직 적합도를 가르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애국지사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에 대한 보훈이 필요하듯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도 시급하다. 새 정부에서는 '저런...' 따위의 어이없음이 없는 인사들이 등용되기를 기대한다. 지역이라는 핑계로 검증되지도 않은 부적격자들이 득세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의회와 시민단체, 언론들이 눈을 부릅뜨고 견제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북극항로와 해양수도가 시급해도 배를 산으로 몰도록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