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기리요지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양산에 주는 메시지
‘법기리요지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양산에 주는 메시지
  • 전이섭 NPO법기도자 사무국장
  • 승인 2018.12.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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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법기리요지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열린 양산문화원 대공연장.
지난달 30일 법기리요지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열린 양산문화원 대공연장.(사진제공=NPO법기도자)

법기리요지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문화도시 양산의 위상을 이야기하며 지역문화의 새 지평을 열어가기 위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지난 달 30일 양산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진행되었다.

하나의 학술대회를 두고 뭐 이렇게 의미 부여가 많을까? 의문을 가지겠지만, 법기리요지는 실로 우리 지역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지는 역사적 사실임에는 분명하다. 필자는 그동안 NPO법기도자(이사장 신한균)의 사무국 일을 보며, 이사장님 곁에서 수십 년간 고심해 오고 있는 흔적들을 보며, 실제 일본에서 맞이하는 여러 현상들을 목격하며 그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새삼 느껴가고 있다.

지난 학술심포지엄에서 한정된 시간으로 발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어렵고 종합토론에서도 여러 질문들에 대한 수용이 다 이루어지지 못한 점을 고려하여 간단명료하게 핵심을 되짚어보며 궁극에는 이러한 학술대회가 우리 양산에 주는 메시지가 무엇일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NPO법기도자 일행이 1차 현황조사로 일본 교토 노무라 미술관을 방문했다.
NPO법기도자 일행이 1차 현황조사로 일본 교토 노무라 미술관을 방문했다.(사진제공=NPO법기도자)

첫째, ‘어본(御本)다완과 하기야키 다완’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던 야마구치현립 하기미술관 부관장 이시자키 야스유키(石崎泰幸)씨의 이야기에서 그들의 하기야키가 조선의 도자기 제조 기술을 도입하여 비롯된 것이며, 어본다완이라는 것은 여러 사실들을 근거로 유추해본다면 취향은 주문자인 일본의 취향이지만, 결국 흙을 다뤄 기물을 만들고 불을 때는 과정 속에 탄생한 독특한 조형미는 조선 도공(사기장)의 조형사고와 기교라 생각하며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 한다.

법기리요지에서 생산되었을 다완의 종류나 의미, 수준은 이미 밝혀졌다고 생각한다. 1900년대 초부터 그 중요성을 알고 이미 많은 일본인들이 요지를 찾아왔다는 기록도 분명하고, 이곳에서 발견되는 사금파리들을 통해서도 더 이상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한일 양국의 역사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조사와 발굴, 출토자료의 치밀한 연구, 성과의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 요지다.

둘째, ‘타카도리야키의 역사와 조선사발(고려다완)의 매력’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던 조선 사기장의 15대 후손인 도예가 카메이 미라쿠 씨의 이야기는 어떤 가문의 내력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그들에게 있어 고려다완(조산사발)이 어떻게 인식되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일본의 다도라고 하는 문화 안에서 고려다완 만큼 품격이 높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 다도에 등장하는 많은 어본(御本)다완들의 고향이라는 점은 일본의 차인들, 학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거친 도토(陶土)를 사용한 투박하고 거친 조형미가 그들에게는 완벽하다고 생각되어지며 언젠가 한국의 흙과 유약을 사용해 한국 전통 가마에서 옛 것을 재현해 내는 작업을 해 보고 싶고(한국 사기장과의 교류), 양산에서는 법기리요지의 중요성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나카 사지로 작가가 소장한 법기리요지 사금파리(사진 왼쪽)와 신한균 이사장이 소장한 법기리요지 사금파리(오른쪽)
타나카 사지로 작가가 소장한 법기리요지 사금파리(사진 왼쪽)와 신한균 이사장이 소장한 법기리요지 사금파리(사진제공=NPO법기도자)

셋째, 고흥분청문화박물관 김승구 관장의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이 건립되기까지의 과정’ 이야기는 오랜 시간 어떻게 공들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는지, 또 향후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국내 타 지역 사례를 통해 양산 지역의 실정을 진단하며 내일을 설계해보고자 하는 의미에서 마련한 발표이다.

정치적, 경제적 위상으로 보아 고흥군보다 더 훌륭한 양산이 법기리요지라는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양산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를 선도해 나가는 구심체 역할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였는데,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박물관을 건립하기까지 37년이란 시간이 걸린 고흥군의 사례를 통해 시간을 단축해 나가는 방법으로 정치적 결단력과 업무별 추진기획단 구성을 통한 로드맵 설정을 조언 해 주었다.

아울러, 박물관이란 것이 지역문화를 창달하는 하나의 주체가 될 수 있는데, 그 주체를 행정이 아닌 시민의 것이란 추진방향으로 가야 되고, 이러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주변 관광자원과도 연계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뿐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보존하는 주체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앞서 두 명의 일본 발표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밖에서 바라본 우리 도자기의 가치와 법기리 생산 도자기의 위상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야기 한 것이라면,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의 사례는 양산이 나아가야 할 문화의 방향에 대하여 타 지역 사례로 배우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시대에 과거 400여 년 전의 도자기 조각을 운운하느냐며 폄하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종합토론에서 객석의 한 질문처럼 “이런 일은 언제 끝이 나냐?”는 우문(愚問)에 “그래서 하는 것이고, 역사가 끝이 어디 있나?”라고 현답(賢答)을 드리겠다.

우리에게는 묻혀 있는 과거의 편린일지 모르나 일본에서는 유수의 미술관, 박물관들에 중요한 문화재로 보존되어 오고 있으며, 다도 세계에서는 최고의 명품으로 취급되어 오고 있는 것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있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에게는 단절된 과거의 기억, 일본에게는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우리가 우리의 것을 소중히 해 오지 않았을 때, 찾으려 애쓰지 않았을 때 오히려 일본은 그것을 더 아껴왔고, 계승・발전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더 큰 변화, 더 큰 행복’으로 웅비하기 위해 질주해 나갈 때 작은 도자기 조각(사금파리)에서 더 큰 변화를 읽어내는 문화의 여유로움도 찾아내어 보는 것은 어떨까?

‘법기리요지 국제학술심포지엄’은 지역의 문화, 한일 도자기의 역사를 바꿔나가는 중요한 마중물 역할의 자리이자, 온고지신(溫故知新)・지피지기(知彼知己)의 현장이었다.

지역문화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NPO법기도자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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