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가 있다. 가끔은 생각나는 이가 있다. 보고 싶은 분들이 가슴 깊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가을이 깊어 간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삼복염천은 넘어가고 추풍낙엽이 그려지는 늦가을로 향하고 있다. 춘추는 짧아지고 폭서와 혹한이 일상화되려나보다.

나는 잘 지낸다.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세속잡사는 못 본 척 하고...
너는 어떠신가? 무탈하시냐고 물어본다, 그 곳에도 가을이 왔느냐고...
우리는...
외면하고 싶어도, 고개를 돌려도
보이는 것이 모두가 저러니 어찌 하겠는가...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았다고 난리가 났네 그려. 좋은 일이지. 축하할 일이 분명하고...
다만 마땅히 받아야 할 조명이 그리로 흐르니 정작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곳이 있겠지. 좁게 보자면 정치와 경제, 사회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사안들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사라진 자리에는 예술적이고 낭만적인, 존귀한 말씀들이 도배를 하겠지. 사랑하고 좋아하는 문화 예술이지만, 격동기 대한민국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합의를 보아야만 할 시급한 현안들이 수시로 제공되는 자극적인 편린들에 일상적으로 파묻히곤 하였지.
신새벽 찬바람에 쉰소리 좀 하려니 목이 마르고 속이 타네그려. 거기도 맑은 물이 흐르는가? 도솔천 바람을 맞으며, 이 마음 담아 한 잔 올리고 싶네그려. 그 곳에서는 마음다치는 다툼 없이 평안하신가...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려면 그이에 대한 인정이 기본이겠지. 도저히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면 어찌 마주하겠는가. 마음을 다치면 친구도, 배우자도 돌아 앉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데... 다만 그래도 사람의 도리로 꼭 만나야 할 관계도 있겠지. 가족이 그러하고, 동료도 그럴 것이고,.. 더구나 뜻을 같이 하는 동지라면?
둘이 만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겠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면 더욱 그렇겠지. 할 말이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처럼...
정치 권력을 지향하는 사이를 동지라고들 하지. 오랜 동료였거나 선후배 사이라면 금상첨화겠지. 보고 싶고, 만나서 할 말이 많으면 더욱 그리움이 크겠지. 그래서 가끔은 실없는 소리도 하겠지. 어서 보자는 부름일 수도...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나는 일로 요란도 하네그려. 야단법석을 지나면 대웅전이라도 열리려는지...
할 말 있으면, 전화하면 되고, 문자도, 카톡도, 그 좋아하는 텔레그램도... 왜 우리가 자기들 만나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가? 만나든 싸우든 우리는 그들이 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는가? 정권이 오래 갈려면 일을 제대로 해야지, 맨날 언제 만나는지가 촛점이 돼서야...
내용이 없으니 형식에 집중하는지도 모르겠네. 자네를 보려 가는 길이 이리도 긴 걸 보면 저들도 속사정들이 많겠지... 하도 비밀이 많고, 상상을 절하는 일들을 해 온 모양들이라 나도 따라서 말 줄임표라도 남발해 본다네...
시인의 말처럼, 소설가의 글처럼, 깊은 사색을 담은 말도 좋고... 두루뭉실한 문학적 표현을 넘어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들로 만나세나. 편안하게 잔 기울일 수 있는 우리가 아닌가. 술잔이면 어떻고, 찻잔이면 어떤가. 조용하게 만나서, 다정하게 얘기하고, 편안하게 헤어지세그려. 헤어질 결심이 없다면, 돌아갈 곳이 없다면, 우리네 인생이 너무 서글퍼지지 않겠는가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