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사업 갈등, 인사 잡음에도 정무조정 안보여

부산시 정무 기능이 상당히 위축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구덕운동장 리모델링 사업이 '아파트 건립공사로 둔갑했다'며 집권 여당 내부에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고, 4개 권역별 정책현안 간담회와 국정감사를 비롯한 정기국회에 적극 대응해 국비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정작 정무특보 자리는 두달째 비워두고 있다.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하는 주민들과 기초의회의 잇따른 결의와 기자회견에 같은 당 기초 및 광역 의원들이 동참하는데도 정무라인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정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국감장 준비 소홀로 시장이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고, 여기에 산하기관 상임감사를 정치인 출신으로 잇따라 임명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현안사업에 대한 갈등으로 8천억원대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탈락하고, '문화사대주의'라는 상당히 치욕적인 비판이 이어지는데도 별다른 대책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정무라인이 부지런히 뛰고 있지만 콘트롤 타워 부재로 인한 파열음이 곳곳에서 높아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지난 여름부터 지적돼 왔다. 2021년 4월 보궐선거로 취임한 박형준 시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이성권 경제부시장이 22대 총선거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사직했고, 20년 측근이라는 박경은 정무특보가 국무총리 정무조정실장으로 영전하면서 핵심보좌진의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두달 가까이 영전설이 이어지던 정무특보의 빈 자리를 바로 임명하지 못하는 대목이 부자연스럽다는 비판이다. 분주한 정치 계절을 앞두고 후속 인사가 곧바로 이어져야 함에도 여전히 정무특보실은 비어있다. 이해하기 이려운 점은 특정인을 내정했는데 기존 자리가 연봉이 높아 임기를 마치고 온다는 것이다, 정무라인 고위 공직을 단순하게 월급 차이로 인식하는 편의적인 공직관도 문제지만, 여기다가 국감이 지나면 오겠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로 한가하고 이기적이라는 비판도 높다, 사실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모두가 박 시장의 선택이고, 허용이고, 재량이겠지만 제대로 된 정무기능의 수준높은 지원과 봉사를 받지 못하는 공무원들과 시민들만 힘들게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은 교통공사와 도시공사 상임감사에 수차례 총선에 도전했던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을 임명해 따가운 시선을 자초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감사에는 김척수 전 사하갑 당협위원장, 부산도시공사 감사에는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임명해 15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여기에 이어질 부산환경공단에도 낙하산 인사 임명설이 파다한 실정이다.
부산시 산하 최대 공공기관인 도시공사와 교통공사의 상임감사에 보란듯이 정치권 인사를 임명하자 시정을 맡은 지 3년 6개월이 지나가는데 아직도 논공행상이 끝나지 않았느냐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보은 인사’는 일부 필요한 부분도 있다. 공약 실현을 위한 정치철학을 공유하는 고위 정무라인은 시장의 두뇌와 팔다리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청의 주요 업무를 맡아 전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산하기관의 경영진을 견제하고, 조직의 청렴성과 근무기강을 점검해야 할 상임감사직에 정치인들을 위한 엽관주의와 코드인사만 고려한다는 것은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전문성을 갖춘 고급 인재를 영입하는데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이런 식이라면 어떤 고급 두뇌들이 부산을 위해 발벗고 찾아오겠느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영입 인재들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오래됐다.
박 시장은 지난 3월 출자기관인 부산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 상임감사에 70대 중반의 홍성률 전 시의회 부의장을 임명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여기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총선 서ㆍ동구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한 안병길 전 의원을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으로 임명해 지역에서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봉민 전 의원이 부산항만공사 사장에 내정됐는데 국감 이후에 취임할 것이라는 소문도 오래된 얘기이다.
다음달로 다가온 도시공사 사장 공모 결과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여기에 내년 1월 임기를 채우는 환경공단 박성권 상임감사 후임에도 다시 정치인이나 선거캠프 출신 인사가 유력하다는 설이 벌써부터 나오면서 분위기를 술렁이게 만들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모든 임용과정은 객관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교수들이 다수 참여하는 기관별 인사위원회가 공정하게 심사한다. 감사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적임자를 임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산하기관장들과 경영본부장 급들은 전문성을 고려해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합리적인 것으로 정평이 난 박 시장이 다양한 인사에서도 특유의 세련된 진면목을 선보여야 할 때라는 조언들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