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는 꽃 한 송이
[기고] 지는 꽃 한 송이
  • 박미영 기자
  • 승인 2025.01.22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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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노 치유학 박사/밝은내일최면기공센터 원장)

꽃 한 송이가 대롱거리다가 살랑바람에 떨어진다. 가슴이 뭉클하다. 꽃은 시간의 흐름을 멈추어 시기를 거스를 수 없다. 막 피어난 꽃봉오리는 생동하여 왕성해지지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꽃송이는 이내 지고 만다. 사람들은 지는 꽃잎을 보며 안타까움과 슬픔을 내비친다.

어찌 꽃잎뿐이겠는가. 사람도 자연의 생장소멸의 이치를 그대로 따를 뿐이다. 지금까지 그 이치를 거스른 자를 본 일이 없다. 언제까지나 푸른 나무를 본 일이 있는가. 또 젊음이 다하지 않는 사람을 본 일이 있는가.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왕성한 젊은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늙음을 안타까이 바라보았고, 아버지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나 또한 그러리라.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이치에 따르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자연의 이법을 따름으로써 자연의 질서에 동참해야 한다.

<장자>에 ‘장강이 유유히 흘러가는데 물 한 방울이 “나는 위로 거슬러 올라가겠다.”고 하며 상류로 향한다. 이는 상서롭지 못 한 일이다.’라고 한다. 되지도 않을 일이며 상서로운 일이 아니다. 물결이 아래로 내려가야만 그 위의 물결이 내려올 수 있다. 떨어지는 꽃잎이 있어야만 피어나는 꽃봉오리가 생긴다.

이러한 이치를 누구든 알고 있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그런 게 아니다. 영화로웠던 때를 기억하고 거기에 더 머물고자 한다. 젊고 힘세고 아름다웠던 때를 조금 더 가슴에 품고자 한다. 이런 마음으로 해서, 땅 위로 떨어져 내리는 저 꽃잎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가슴 시려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어머니는 사진을 잘 찍으려 하지 않으셨다. 나이 먹음에 미인 소리 들었던 얼굴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리라. 나도 얼마 전부터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보기가 어색하고 사진 찍기를 피한다. 나이 먹는 것을 좋아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나이 먹는 것을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다.

복지관, 노인대학 등에서 강의를 하자면 연세 많은 분들이 적지 않은데, 모두들 노년의 삶을 즐기고 있다. 또한 등산을 하다 보면 많은 나이에도 활력을 과시하는 분들이 많다. 그때마다 ‘나도 나중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하고 의문을 가지기 일쑤다. 그 분들은 모두 나이 먹는다는 것을 한탄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시절에 순응하면서 즐기는 분들인 것 같다. 그 모습이 아름답다.

그렇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마음을 가질 때, 지는 꽃잎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을까 한다. 내 나이 환갑이다. 나이 먹는 것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각각의 순간과 시절마다의 아름다움에 순응하며 삶을 즐기고 싶다.

지고 있는 꽃잎을 안타까움 보다는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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