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점차 오르며 여름 내음이 농후해지고 있다. 입하를 십여일 지나는 날씨는 언제나 처음 만나는 더운 기운처럼 생경할 때가 많다.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에 행여 호흡기 질환을 만나시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하시기를 당부드린다.
시절은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십여일 후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일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내일은 물론 많은 이들의 미래를 결정할 선택의 순간이다. 자연스레 고민이 깊어지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뜻있는 시민들은 시대가 변한다는 요즈음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이 많아진다고들 하신다. 누구와 함께 가족과 친구들, 지역사회와 나라의, 나아가 민족과 세계의 안녕과 희망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를 깊이 생각하고 계실 것이다. 친한 분들의 초대로 불려간 수십여개 단체톡방에서 쉴새 없이 울리는 알림을 무음으로 바꿔 두셨더라도, 휴대전화 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끔은 미디어데이터를 지워내야 할 순간에라도 '눈팅'을 할 수밖에 없는 때이다. 가히 정보의 홍수라 할 것이다.

선택과 판단의 순간에 가치관이 드러난다고 했다. 사람으로서의 인문소양의 기본인 철학과 역사학에 기반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수시로 변하는 정세판단에 어지러울 때는 잠시 시를 한 수 읊어보는 여유도 좋고, 소설 한 쪽이라도 접해보려는 문학 청소년의 순수한 정서로 돌아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가롭다고 핀잔을 들을지라도 우리는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절실할 순간도 만나곤 하는 것이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이 아니던가...
쉰소리는 그만해야 할 수도 있다. 지역과 서민들의 민생이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다. 청소년과 여성, 장애인,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들의 당면 현안들도 시급하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음을 잘 아실 것이다. 무역질서를 비롯한 국제 정세도 늘 생존에 관한 긴장을 부른다는 것을 체감하신 분들이 대한민국의 현대인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 시대의 첨단을 달리는 반도체를 비롯한 경제와 문화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다음 끼니를 염려해야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서 각계 전문가와 책임자들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은 상당히 가슴 아프다.
이래도 괜찮으신가? 선거운동이 즐거우신가? 물론 막강한 권력이 손 앞에 있는 듯 하니, 웃으면서 즐기면서 아무말 대단치를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주위에 그런 분들로 가득할 지니... 하지만 매 순간 정신을 똑바로 차리셔야 한다. 취생몽사하시면 안된다. 본인만 주의하셔서 될 일이 아니다. 여태 잘 해 왔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5천만의 삶이, 대한민국의 생존이, 역사가 그대들 앞에 놓여 있음을 상기하셔야 한다. 필요없는 말들로 시간을 때우기 보다는 정말 오랫동안 숙고해온 정책들을 차분하게 설명하며 이해를 넓히고, 설득하는 노력을 더해야 할 것이다. 많은 부문에서의 쓰라린 기억들을 위로하고, 마음을 보듬어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갈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못자리를 잘 키웠다고 모내기가 그저 되는 건 아니다. 소만을 향해 가는 농번기에도 풍성한 가을에 대한 희망을 위해서는 오늘 땀흘려 나아가는 용기있는 발걸음이 우선일 것이다. 쏟아지는 연호에 취하기보다는 날 선 목소리를 찾아 나서는 초심을 잃지 않기를 당부드린다. 당선이야 시대가, 지지자들이 선사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하는 것은 오직 본인 판단에 달렸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민국을 지켜낸 피란수도이자 유엔 평화공원이 있는 부산의 파돗소리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국민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서민들도 여유롭게 여행과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의 트라이포트에서 북극항로를 연결하는 용틀임이 나올 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항룡의 여의주를 안을 수 있는 순간은 찰나일지라도, 여망을 모아가는 날들이 어찌 한 순간이라도 소홀할 수 있을 것인가...
바다에서 만나는 별처럼, 정상에서 스쳐가는 바람처럼, 우리들의 희망도 하나씩 커져 가기를 천지신명들께 간절히 기원드린다.